[오기사의여행스케치] 페루 친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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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내 비상식량이던 초코파이 하나를 선물했다. 하지만 맘에 드는 물건은 없다 했더니, 아이는 자기 집에 있을 거라며 그 짧은 다리로 언덕배기 집까지 달려가기 시작했다. 헐떡대며 돌아온 녀석이 내민 물건을 보곤 살짝 흥정을 했다. 꼬마는 깎아주고 싶은데 엄마한테 물어봐야 한다며 다시 언덕을 뛰어 올랐다. 돌아온 아이는 "600원만 더 달라"며 수줍게 웃었다.

이어 걸음마도 간신히 시작한 것 같은 꼬마 넷이 코를 훌쩍이며 경쟁적으로 등장했다. 자기가 파는 물건 값인 3 이상의 숫자는 알지도 못할 성싶었다. 나와 거래가 막 성사된 아이는 꼬마들에게 제법 의젓하게 언니 노릇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노는 게 귀여워 '왕언니'에게 초콜릿 다섯 개 심부름을 부탁했다. 아이는 역시 헐레벌떡 달려가더니 사온 초콜릿을 건넸다. 나는 초콜릿을 한 명당 하나씩 골고루 나눠줬다. "노, 노, 우리는 세 개로 나눠먹으면 돼요. 그렇지 애들아?" 왕언니는 다시 두 개를 내게 넘겼다. 서운한지 꼬마들 얼굴은 울상이 됐다.

어떤 신이 그들에게 자기네 말의 10을 배우기 전 일본말의 1을 알도록 했을까. 그렇더라도 아이들의 순수함은 참으로 기분 좋았다. 헤어짐의 뽀뽀를 하며 내 볼에 침을 잔뜩 묻혀놓은 것만 빼면 말이다.

오영욱 일러스트레이터·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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