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사니 '라보엠' 감동이 솔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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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은 작품 자체의 극적 구성력이 워낙 탄탄해 연출자가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다. 무대와 의상을 한 번 제대로 만들어 놓으면 몇 년이고 계속 상연해도 지칠 줄 모르는 감동을 선사한다. 183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한 사실주의 오페라여서 현대적 버전이라고 해봐야 가난한 예술가 대신 노숙자나 마약 중독자가 등장하는 정도다.

그래서 '라보엠'의 성공 여부는 풍부한 화음과 뚜렷한 선율로 수 놓인 푸치니의 음악을 어떻게 독특하게 살려내는가에 달려 있다. 4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솔오페라단(단장 이소영)이 막을 올린 '라보엠'은 음악 자체로도 충분한 감동을 주었다. 지휘자 오타비오 마리노는 때로는 침착하게 때론 격정적으로 음악을 이끌어갔다. 아직 국내에선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 현지에서 떠오르고 있는 신예 성악가를 과감히 기용한 것도 주효했다. 미미 역의 소프라노 다리아 마제로는 호소력 짙은 발성에 흔들리지 않은 고음(高音)을 선사했고, 로돌포 역의 테너 렌초 줄리안은 뜨겁고 생기있는 목소리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주역 가수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성악가들과 오케스트라(부산심포니).연출(방정욱).합창.의상.무대미술 등은 부산 출신들로 기용했다.

하지만 막간(幕間) 해설은 공연의 흐름만 끊어놓을 뿐 별 효과 없는 군더더기였다. 공연은 6일까지. 소프라노 다리아 마제로, 테너 렌초 줄리안은 8일 울산 현대예술관에서 듀오 콘서트를 연다. 051-740-5750.

부산=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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