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차 한잔 / 마이다스에셋 조재민사장…"펀드는 유행이 아닙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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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마이다스에셋이요. 거기만큼 원칙을 중시하는 운용사는 없을 걸요."

한 증권사 PB센터 지점장은 제일 좋아하는 자산운용사로 마이다스에셋을 꼽았다. 그가 따져 물으면 다른 운용사들은 대개 "시장이 바뀌면 (투자 원칙도) 바뀔 수 있다"며 그의 편을 들어줬지만,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은 달랐단다. 되레 "시장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그를 설득시켰다고 한다.

마이다스에셋의 투자 원칙은 '원칙을 지키는 투자'다.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원칙이다. 이 회사의 간판 펀드인 '마이다스커버드콜주식형'의 지난해 신세가 좋은 예다. '커버드콜'은 국내에서는 마이다스에셋만이 구사하는 운용 전략이다. 이 운용 전략대로 하면 시황이 나쁠 때도 수익을 안정적으로 챙길 수 있다. 그러나 상승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익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코스피 지수가 급등했던 지난해 이 펀드의 수익률은 안정성장형 펀드들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주가는 오르는데 수익률은 왜 그 모양이냐"며 비난이 빗발쳤다. 원칙에는 벗어나지만 오르는 주식을 조금만 사들이면 당장 수익률을 만회할 수 있었다.

마이다스에셋은 그러나 '원칙'을 선택했다. 커버드콜 전략을 계속 밀고 나갔다. 그 결과 올해와 같은 횡보 장세에서 이 펀드 수익률은 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최근 1년 수익률은 19.89%로 벤치마크 대비 10%를 웃돈다.

"유행은 시장을 후행한다."

이 운용사 조재민(사진.45) 사장의 지론이다.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그래서 투자자금이 몰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는 것이다.

"투자 환경은 매년 변한다. 어떤 펀드도 항상 수익률이 좋을 수 없다. 유행 따라 매년 펀드를 내놓고 이듬해엔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게 국내 운용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다."

마이다스에셋이 굴리는 펀드는 많지 않다. 이런 '유행타기'가 싫어서다. 수수료 체계 및 판매 채널에 따라 이름이 다르게 붙은 펀드를 제외하면 공모형 펀드(주식형)는 5개에 불과하다. 새 펀드를 수시로 내놓기보다는 현재 펀드를 잘 굴리는 게 고객을 최우선 하는 길이라는 게 조 사장의 소신이다.

그런 마이다스에셋이 요즘 새 펀드를 내놓았다. 부동산 펀드다. 9월 반도건설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건설하는 주상복합 단지의 오피스 건물을 착공 전 일괄매매 방식으로 3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인수했다. 또 '통화'를 투자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설계한 '원-달러 스윙 채권형 펀드'도 내놓았다.

"1999년 설립 이래 (성과를 못냈다고) 직원을 내쫓은 적이 없습니다."

조사장의 자랑이다. 그의 말마따나 수익률 부진 등의 이유로 펀드 매니저를 내치는 일이 관행처럼 돼버린 업계 풍토에선 드문 일이다. 운용 인력의 연속성이 펀드의 안정성을 담보하고, 이것이 결국 고객을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란다.

글=고란,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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