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슈] 미국 농민들, 중국산에 속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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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던 미국 농산물이 이제는 값싼 중국산에 밀리는 입장이 됐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주의 과일.채소 재배 농가들이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 로비단체를 처음 만들었다고 3일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그동안 콩.옥수수.쌀.밀.면화 등 5대 기업형 작물 외에 채소.과일 재배농가에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값싼 중국산 농산물이 수입되면서 채소.과일 농가들마저 경쟁력을 잃게 되자 보조금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에 만들어진 로비단체의 활동도 과일.채소 농가에 보조금이 지급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마늘의 경우 중국산이 미국산의 절반 값에 불과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2000년 450t도 안되던 미국의 중국산 마늘 수입량은 지난해 5만t을 넘었다. 10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또 미국산 과일.채소가 판을 치던 일본.홍콩 등 아시아 시장도 중국산에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다. 종전엔 미국산 브로콜리.양상추.딸기.사과 등이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렸으나 2002~2004년을 기점으로 중국산이 추월당했다. 지금은 이 지역에서 중국산의 판매량이 미국산의 3~4배 이상으로 늘었다.

한편 미국의 과일.채소 농가들은 지난 9월 정부가 재배농가로부터 연간 4억 달러 어치의 채소와 과일을 학교 급식용으로 구입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 의회에 입법 청원했다. 이 법안엔 미국산 농작물의 해외 판매 촉진을 위해 정부가 3억5000만 달러의 예산을 사용토록 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NYT는 "농업 보조금이 확대 지급될 경우 불공정 시비와 함께 무역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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