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뽕 택배로 보낸 뒤 연예인에 "돈 달라" 협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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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연예인에게 히로뽕을 퀵서비스로 보낸 뒤 거액을 요구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3일 수원지검 성남지청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10~11월 초 가수 L씨와 P씨, 개그맨 S씨와 J씨에게 각각 100만원 상당의 히로뽕과 주사기.협박 편지가 들어 있는 소포가 퀵서비스를 통해 배달됐다.

L씨에게는 0.1g 분량의 히로뽕이 든 주사기 10개가, P씨에게는 6개가 배달됐으며 S씨와 J씨에게도 같은 형태의 주사기가 2~3개씩 배달됐다. 이들이 받은 편지는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작성된 A4 용지 2~3장 분량으로 "네 몸에 너도 모르는 사이 히로뽕이 들어가 단속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들 4명뿐 아니라 연기자 E씨 등 다른 연예인들도 비슷한 수법의 협박을 받아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 범인은 택배회사 직원으로 위장해 히로뽕과 협박 편지가 든 소포를 연예인들의 사무실 등에 직접 전달했으며 현금화가 가능한 온라인게임 아이템 거래 가상계좌로 2억원씩 송금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가수 L씨 측은 "올 10월 초 히로뽕이 든 주사기와 협박 편지를 받은 뒤 곧바로 수사 당국에 신고하고 자발적으로 도핑 테스트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돈을 보내지 않자 테러를 하겠다는 협박을 해와 신변의 위협을 느껴 경호원까지 고용했다"고 말했다. 가수 P씨 측도 "히로뽕 협박 편지를 받아 곧바로 수사당국에 신고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개그맨 S씨는 "지난달 초 팬으로부터 온 선물로 보이는 소포를 기획사를 통해 받았는데 그 안에 히로뽕이 1g가량씩 든 주사기 세 개와 '지정한 계좌로 2억원을 보내지 않으면 사실을 알리겠다'는 내용의 협박 편지가 들어 있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검찰과 경찰은 연예인들에게 배달된 히로뽕 양이 적지 않은 것으로 미뤄 범인이 수억원대의 히로뽕을 소지하고 배후에 전문 마약 조직이나 판매책이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의 약점을 이용해 동일범이 협박 소포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 연예인들은 피해자"라고 말했다.

정현목.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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