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발 교육방송|「독립성 확보」목소리 높다|문교부 편성·심의-교육 개발원 제작 체제로 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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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교육방송이 27일 새로운 모습으로 출범했다.
교육 개발원과 KBS가 공동 제작, 송출하던 예전의 KBS-3TV채널이 새 방송법에 따라 문교부가 기획·편성·심의하고 교육 개발원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KBS가 송출하는 체제로 바뀐 것이다.
새로 개국한 교육방송은 기존의 KBS-3TV와 교육FM(104.5∼107.9MHz)에 KBS제 2라디 오(603, 639KHz)를 받아들여 운영된다.
단지 교육AM방송인 제2라디오는 KBS와의 채널 인수 작업이 매듭지어지지 않아 내년 9월부터 방송이 시작 될 예정이다.
교육방송은 이에 따라 TV는 하루 7시간40분, 라디오는 20시간씩 방송하며 제2라디오는 채널 인수가 끝나는 9월부터는 TV 10시간, 라디오 40시간(AM·FM 각 20시간)으로 늘릴 계획이다.
관심 사항인 방송 내용은 유치원과 국·중·고교의 학교교육, 방송 통신 교육, 진로·직업 기술교육, 학부모·교원을 위한 내용, 교양·정서 교육 및 교육 홍보 등으로 나눠진다.
특히 TV의 경우 외국의 과학·사회·문화 영역을 체계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시리즈 물과 화제의 저자를 초대, 작품 속에 담긴 철학과 사상을 들어보는 프로그램 등 주로 일요일 교양 프로에 초점을 맞춰 편성돼 있다.<표 참조>
이 같은 프로들이 신설됨에 따라 종래 KBS-3TV에서 방송돼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은 『TV미술관』·『KBS바둑왕전』『세계 명작 감상』『TV심포지엄』등이 KBS-1, 2TV로 옮겨지거나 폐지된다.
교육 개발원이 제작을 전담하는 프로그램은 인력·장비 부족에 따른 질 저하를 막기 위해 차후 전체 편성의 l0%안에서 외주 제작 프로로 충당한다는 게 개발원의 복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교육방송의 문교부 관리에 따른 관영화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지금까지 교육방송을 끌어오다시피 한 KBS-3TV의 발자취를 정리해 보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짧지 않은 기간 중의 공과가 앞으로의 교육 방송 위상에 타산지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81년 2월 문을 연 KBS-3TV는 교육 개발원이 70년대 초 전국 망 형성을 위해 충북 제천 지역에 대형 풍선에 줄을 이어 중계 탑으로 사용하려 했던 교육방송 초창기의 어려움을 딛고 나름의 영역을 넓혀 갔다.
80년대 역할은 크게 나눠 어학 교육·TV 공개대학 등의 특정 분야 교육, KBS-1TV의 우수 교양 프로 재방송, 고급 문화 예술물 소개, 해외 우수 기획물 방송 등 TV의 시야를 넓힌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재작년의 TV과외는 국내 교육열을 그대로 반영, 꽤 높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반면 교육방송이 마치 TV과외인 듯한 인상을 남긴 부정적인 면모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때문에 최선의 선택은 아니지만 현실적 여건상 차선의 방법으로 TV과외는 살려가 되 TV의 시청각 기능을 충분히 살린 통신 교육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의 소리가 높다.
더구나 사회교육의 시청률이 낮은 일본 NHK교육방송이나 영국 BBC 제2채널의 평생교육이 시청률이 그리 높지 않은 점을 감안, 시청률을 의식하지 말고「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전달하는」진정한 의미의 교육방송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어쨌든 KBS-3TV는 사실상 문교부에 넘어갔고 이에 따른 문제점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교육 방송 공사 설립에 의한 제작·운영의 일원화와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여론을 무시하고 복잡한 운영체제로 들어선 것 자체가 효율성 면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제작 프로 내용 역시 마찬가지다. 문교부로 넘어간 뒤에도 편성표 상 외국영화·다큐멘터리·기타 공연물을 다룬다면 기존의 KBS-3TV와 다를 바 없고 굳이 정부에서 가져갈 이유가 없다는 게 학계·방송계의 주장이다.
예산 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교육 개발원 김학천 부원장은『내년 9월부터 종일 방송을 추진한다는 목표 아래 자체 송출 시설을 갖춰 규모를 넓혀 나갈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내년만 해도 전체 예산 2백14억 원이 충분치 않은데다 예산 마련에 진통을 겪고 있다.
국고에서 90억 원을 받고 나머지 중 50억 원은 공익 자금, 50억 원은 협찬 광고, 24억 원은 교재 및 프로그램 판매 사업으로 벌충한다는 계획이어서 예산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을 경우 방송 운영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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