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세 방에 당한 한국야구 '금메달 꿈' 모래바람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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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금메달의 꿈은 모래바람 속으로 사라졌다.

한국은 30일 카타르 도하의 알라이안 경기장에서 벌어진 아시안게임 야구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홈런 세 방을 얻어맞고 2-4로 졌다. 한국-대만의 경기는 사실상 결승전이었다. 결선 토너먼트 없이 예선리그 성적으로만 순위를 결정하기 때문에 만회할 기회가 없다. 한국은 개막식도 하기 전에 자력으로는 3회 연속 우승을 할 수 없게 됐다.

한국은 나머지 경기를 모두 이기고 대만이 지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력상 대만을 잡을 팀은 없다. 일본은 사회인 야구 대표로 구성됐다. 미국과 일본 프로에서 뛰는 선수가 주축인 대만을 일본이 큰 점수 차로 이기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4회 1사까지 1피안타로 잘 던지던 선발투수 손민한이 대만의 거포 천융치에게 높은 볼을 던진 것이 화근이었다. 깊은 중견수 플라이로 보였던 공은 사막바람의 도움을 받아 가운데 펜스를 살짝 넘어갔다. 손민한은 이어 4번 천진펑에게 좌익수 옆 2루타를 맞았고 5번 리첸싱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2실점 했다.

한국은 4회 말 공격에서 이대호가 역시 바람의 도움을 받아 펜스 상단에 맞는 3루타를 쳤고 이진영의 적시타로 한 점을 쫓아갔다. 그러자 대만은 5회 초 선두타자 시에치아쉬안이 우월 1점 홈런으로 3-1로 달아났다.

그래도 기회는 있었다. 한국은 2회부터 8회까지 일곱 차례나 선두주자가 출루했다. 그러나 5회 1사 2, 3루에서 정근우와 이병규는 각각 삼진과 2루수 앞 땅볼로 기회를 날려 버렸고, 6회에는 박재홍의 번트 실패와 장성호의 병살타로 무산시켰다. 번트 실패도 세 번이나 됐다.

4번 타자 이대호는 3루타와 2루타 포함, 4타수 3안타(2득점)로 분투했다. 그러나 바로 뒤에서 적시타 2개를 쳐 준 이진영(2타점)을 제외하고는 동료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대만은 예상대로 왼손 선발 궈훙취(LA 다저스)와 장첸밍(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투수력뿐 아니라 타력.조직력.기동력에서도 한국에 앞섰다.

김재박 감독은 "쉽게 홈런을 허용했고 상대 투수에 눌렸으며 번트에 실패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뽑지 않았다. 시애틀 매리너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대만의 천융치는 홈런을 2개 쳤다.

도하=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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