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차로 여자만 골라 태워 합승가장 택시강도 극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피해자 나체 사진찍어 협박/두달새 강남서만 9건 발생/「중형」이용 공범 태운후 위협… 예금 인출까지
합승을 가장한 신종 택시강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시민들이 불안해 하고있다.
범인들은 훔친 택시로 영업하면서 돈이 많아 보이는 여자를 골라 태운뒤 승객들의 금품을 빼앗고 피해자를 인질로 삼아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해 달아나는가 하면 피해자의 나체 사진까지 찍어 금품을 요구하고 있다.
10월 중순이후 두달동안 서울 강남일대에서만 이같은 범행이 9건이나 일어났으나 경찰은 범인의 윤곽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5일 오후6시쯤 서울 도곡동 주택가 앞길에서 쇼핑을 마치고 귀가하던 김모씨(36·주부)를 운전사가 포함된 3인조 중형택시 강도들이 납치한 사건이 가장 전형적인 케이스로 꼽히고 있다.
이날 운전사인 범인이 서울 잠실동 잠실 롯데백화점 앞에서 김씨를 태운뒤 도곡동 김씨 집 부근에 이르렀을때 갑자기 앞에 가던 그랜저승용차에서 공범 1명이 뛰쳐나와 합승객을 가장한 뒤 승차,뒷좌석에 앉아있던 김씨를 과도로 위협,눈을 가린채 15분쯤 떨어진 가정집으로 납치했다.
범인들은 가계수표 11장(1천1백만원어치),현금 18만원,서울 신탁은행 발행 현금카드 등 1천1백48만원어치의 금품을 빼앗고 비밀번호·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김씨의 나체사진을 찍었다.
이들은 김씨를 풀어준뒤 『6일 1백만원,10일 2백만원을 현금카드 구좌로 입금시키면 빼앗은 가계수표와 나체사진 필름을 돌려주겠다고 협박,김씨가 1백만원을 입금시키자 6일 오후3시36분쯤 58만원을 신탁은행 홍제동 지점에서 인출해 달아났다.
경찰은 범인들이 10일에도 현금을 인출해갈 것에 대비,전국 1천4백99개소의 은행지점 현금자동 인출기에 경찰 4천5백여명을 배치했으나 범인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앞서 지난달 14일 오후2시쯤 서울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앞길에서도 흰색 스텔라 중형택시를 타고 은행에 적금을 내러가던 윤모씨(43·주부)가 운전사와 합승객을 가장한 20대 청년 3명에게 현금 10만원,3백70만원이 입금된 예금통장을 빼앗기고 2시간동안 끌려다니다 농협 압구정지점 앞에서 풀려났다.
범인들은 윤씨가 택시를 타고 1㎞쯤 떨어진 한남대교 부근에 왔을때 합승객을 가장해 뒷좌석에 탄뒤 목에 흉기를 들이대고 금품을 빼앗고 윤씨를 인질로 잡고있는 사이 범인중 1명이 은행에서 현금을 모두 인출해 달아났다.
이외에도 강남 일대에서 10월말부터 부녀자를 노린 택시강도가 두달동안 9건이 일어났으나 경찰은 단서조차 잡지못하고 있다.
경찰은 범인들이 ▲흰색 스텔라택시를 이용하고 ▲은행이나 백화점 앞에서 부유하게 보이는 부녀자를 대상으로 ▲범인들이 모두 20대 중반의 3인조인데다 ▲합승객을 가장해 범행을 저지르고 ▲피해자를 인질로 삼거나 약점을 만들어 협박해 금품을 빼앗는 점 등으로 미뤄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펴고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