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듣는 이들에게 음악 들려드릴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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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지 못하는 이들에게 음악을…'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65.사진)가 난청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되찾아주는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고 AP통신이 26일 보도했다.

도밍고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난청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저소득층에게 보청기를 보급하는 활동을 하는 비영리재단 '히어 더 월드(Hear the World)'를 내년 1월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재단은 스위스 취리히에 본부를 두고 기금 40만 달러(약 3억7000만원)로 활동을 시작한다. 스위스의 한 보청기 제조업체가 후원키로 했다.

도밍고는 "음악은 나에게 정신적인 충족이다. 그래서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이들에게 슬픔을 느낀다"고 재단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난청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획기적인 기구들이 나왔지만 세계 인구의 대다수는 이런 사실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단은 보청기 제조업체로부터 보청기를 기부받아 중국.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과테말라.피지의 난청자에게 우선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저개발국 주민들 가운데 청력 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무료 청력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개도국에서만 1억6000만명이 난청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도밍고는 "앞으로 재단의 활동은 난청에 대한 사회적.정서적 편견을 해소할 수 있는 일반인 대상 교육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많은 난청자들이 나이가 들어 보인다거나 장애인으로 인식되는 것을 두려워해 보청기 착용을 꺼리고 있는데, 이같은 경향을 개선하자는 취지라는 것이다.

도밍고는 "눈이 나쁜 사람이 안경을 쓰는 것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면서 귀가 나쁜 사람이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에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며 난청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8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재단 발족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박현영 기자

◆ 플라시도 도밍고=스페인 태생의 테너. 미국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와 LA 오페라의 총감독을 맡고 있다. 1968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했으며 지금까지 100여 개의 배역을 소화해냈다. 73년부터는 지휘자로도 활동 중이다. 81년 팝 가수 존 덴버와 함께 부른'퍼햅스 러브'가 유명하다. 90년 로마 월드컵 이후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쓰리 테너'로 활동해왔고, 2006 독일 월드컵 폐막 공연 때는 혼자 무대에 섰다. 다음달 21일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탄둔 작곡의 오페라'진시황(First Emperor)'에서 주역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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