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적십자에 희망을 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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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테 홍 할머니의 사연을 한 면의 절반가량을 할애해 보도한 독일 최고 권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FAZ) 23일자 지면.베를린=유권하 특파원

독일 사회가 레나테 홍 할머니의 기구한 사연에 흠뻑 빠져들고 있다. 3대 일간지가 모두 본지 베를린 지국의 취재협조를 받아 대서특필했다. 디 벨트가 16일 첫 보도한 후 최고 권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FAZ)는 23일 한 면의 절반가량을 털어 홍 할머니 사연을 전하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쥐트 도이체 차이퉁(SZ)도 22일자로 '평양에서 우편물이 오기를 희망하며'란 제목의 5단 크기의 기사를 실었다.

FAZ는 "1990년대 한국의 햇볕정책 이후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장면을 보면서 레나테 홍은 (남편 찾기의)새로운 희망을 얻게 됐다"며 "북한 적십자회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FAZ는 "중앙일보 독일특파원이 레나테 홍을 만나 기사화했다"며 그의 사연이 독일 사회에 알려진 배경을 소개했다.

독일 방송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공영 ZDF-TV는 북한 유학생 남편의 강제 송환으로 45년간 이산의 아픔 속에 살아온 레나테 홍 할머니의 인생 역정을 그린 단독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로 했다. 홍 할머니를 다룰 ZDF의 '현대사'란 시사프로그램은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탐사보도를 해왔으며 그동안 전직 총리를 비롯한 유명 인사들이 출연해 왔다. ARD 소속 MDR-TV도 관련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독지역의 유력 시사교양 잡지인 '수퍼 일루'는 홍 할머니의 삶을 주제로 한 화보 특집을 30일자에 싣기로 했다. 앞서 최대 발행부수의 대중지 빌트를 포함해 지역신문들도 일제히 홍 할머니 기사를 다뤘다. 현지 언론계 인사는 "다른 신문들이 앞서 보도한 것을 경쟁지들이 개의치 않고 크게 다룬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 뉴스가 독일 사회에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 레나테 홍(69)=옛 동독에 유학왔던 북한 대학생 홍옥근씨와 결혼했다 북한의 유학생 강제 소환 조치로 45년간 생이별의 아픔을 안고 사는 독일 여성. 1955년 예나 대학에서 남편 홍씨를 만나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60년 결혼해 두 아들을 낳았다. 61년 북한 당국은 동독 유학생들(약 350명)의 서독 탈출을 우려해 모두 평양으로 소환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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