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들의 건강비법을 배운다 「단전호흡·수지침」수강 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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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우리 선인들의 가정건강법으로 전래돼온 단전호흡·수지침 등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최근들어 부쩍 높아지고 있으며 이같은 요구를 반영하는 관련강좌들이 줄을 이어 개설되고 있다.
현재 단전호흡을 강의하고있는 곳은 한국단학회연정원·국선도·단학선원등 전문단체와 언론사가 운영하는 중앙·동아·한국문화센터, 진로문화센터 등이 있다.
연정원의 경우 지난 86년 문을 연 이후 그동안 7천여명의 수강생을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는데 정신노동을 주로하는 20대 대학생이나 고시준비생, 30대 회사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
성주흥 연정원장은 『단전호흡은 일상의 자연호흡과는 달리 끊어질듯 안 끊어지고, 순하고 부드러우며 고른 호흡을 통해 기를 단전(배꼽아래 8∼10㎝부분)까지 내려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 원장은 『건강이 나빠졌다는 것은 곧 화기가 몸 상체로 치밀어 올랐다는 뜻으로 단전호흡을 통해 화기를 단전에 붙들어매면 자연히 건강도 좋아지고 머리도 맑아진다』고 했다.
단전호흡법은 고조선이래 전래돼온 우리조상 고유의 단학수련법을 계승·발전시킨 심신수련법으로 최근들어 각박한 현대사회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의 관심을 특히 끄는 것 같다고 성원장은 전했다.
『고도의 집중력과 끈질긴 학문자세가 요구되는 연구직에 종사하고 있다』는 김영우씨(40·서울목동)는 『정신집중이 안되고 항상 머리 속이 혼란스러워 단전호흡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수지침 역시 고려수지침학회, 여성신문교육문화원, 중앙·동방·계몽·현대·진로문화센터 등에서 앞다퉈 강의를 개설하고 있다.
수강생의 90%이상이 여성이며 특히 30∼40대 주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수지침은 민간요법으로 구전돼온 침술의 일종·손을 인체의 축소판으로 보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손안의 경락(경락 : 혈액이 흐르는 경로)과 치료점을 찾아 가느다란 침으로1㎜정도 질러 자극을 줌으로써 질병의 쾌유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동방문화센터에서 수지침을 강의하고 있는 김은자씨는 『많은 사람들이 현대의학의 한계에 회의를 느끼고 조상들의 지혜를 배워 자신과 가족들의 건강관리를 가능한 한 스스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돼 수지침이 관심을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강좌는 초·중·고급반이 각각 3개월(주1회)과정으로 돼있다. 초급과정만 배워도 어느정도배운 지식을 적용할 수 있어 특히 주부들의 인기를 모은다는 것. 주부수강생 유명해씨(32·서울정릉1동)는 『체중이 급격히 늘어난 후 고혈압으로 쓰러졌는데 수지침을 배운 이웃사람의 도움을 받아 증세가 개선된 후부터 이를 배우게됐다』며 『피곤하거나 속병이 생기고 혈압이 오를 때 간단한 방법으로 효과를 본다』고 전했다
단전호흡이나 수지침이 「가정의술」로 각광받고 있는데 대해 경희대 시내 한방병원 김재규교수(침구과)는 『수지침은 몸의 일부분을 대상으로 한 분구침법의 하나로 감각이 예민한 손에 침을 놓음으로써 강한 진통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제한 후 『그러나 진단을 잘못해 잘못 적용할 경우 큰 낭패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맹장염 초기환자의 통증을 체한 증세로 보고계속 침을 놓아 통증을 무마시킬 경우 결국 맹장이 터져 복막염으로 가게 하는 불상사를 초래한다는 것.
또 이 병원 이종수 교수(물리요법)는 『올바른 단전호흡방법을 터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이를 실행할 경우 배의 근육에 무리를 가져와 변비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고 호흡곤란환자에게는 천식을 더 유발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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