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한방] 아이들의 경련 '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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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들에게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일까. 응급사고를 빼고는 아마 아이들이 경련을 일으켰을 때일 것이다. '경기(驚氣)'는 증상의 정도를 막론하고 의학 지식이 부족한 부모를 매우 당황하게 한다.

경기는 단순한 생리반응과 병적인 상태로 구분된다. 3세 이전에는 뇌 신경계가 완전히 성숙하지 않아 외부환경과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게다가 기혈이 충분하지 않고, 근.골격계와 피부온도 조절능력도 떨어져 과민반응을 일으킨다.

따라서 아이가 자거나 혼자 있을 때 깜짝깜짝 놀라거나 몸의 일부분이 조금 움직이는 정도로는 그리 놀라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경련을 동반할 때는 증상을 지켜보고 병적인 경기인지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얼굴.팔.다리가 뒤틀리거나 꼬이고, 몸이 경직되면서 목을 뒤로 젖히는지, 눈으로 옆을 노려보거나 심한 경우 입을 깨무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는 '경풍'이라 해서 병적인 반응이다.

한방에서는 경기의 원인을 경.풍.담.열 등 네가지로 본다. 경(驚)은 아이가 낯선 환경에 놀라는 경우다. 또 풍(風)은 화를 자주 내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그리고 담(痰)은 소화기능이 좋지 않아 신체의 노폐물이 기혈의 순환을 막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열(熱)은 감기나 식체.염증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가장 흔히 보는 증상이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체질개선부터 시작한다. 소화기가 약한 아이는 비위를 돕고 신경을 튼튼하게 하는 약물을 응용하고, 열이 쉽게 올라 경련이 잦은 아이에겐 열을 풀어주면서 기운의 순환을 돕는 약물을 처방한다. 소화기를 돕는 백출, 해열과 항경련 작용이 있는 선태, 항경련과 진정작용이 있는 천마 등이 자주 응용되는 약재다. 이밖에도 기혈의 순환과 정신적 안정을 위한 침구치료, 신경안정을 위한 향기요법 등도 주요 치료수단이다.

단순 열성 경련은 치료와 재발 방지가 비교적 쉽다. 그러나 가족력이 있거나 뇌파검사상 이상이 있을 때, 신체 마비증상과 같은 후유 증상이 있는 경우엔 정밀한 검사와 장기간의 치료가 요구된다.

사랑이꽃피는한의원 원장 이정택(www.kidzmed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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