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술 경매 시장에선 김환기 화백 작품이 가장 ‘핫’합니다. 김환기 이전엔 박수근과 이중섭 작품이 잘나갔습니다. 그런데 한때 박수근과 이중섭보다 훨씬 잘나가는 작가가 있었습니다. ‘조선의 스타’ 이인성(李仁星·1912~50)입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에게 “이놈 커서 이인성처럼 되겠구나”라고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이인성 작가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 아트&머니
② 시대 따라 변하는 취향…김환기가 박수근을 제치다
③ 박수근·이중섭보다 잘 나가던 천재 국민 화가
④ 비싼 작품을 파는 사람 VS 비싼 작품을 사는 사람
⑤ 미술품, 어디서 살까? 투자 전 알아야 하는 미술 시장 구조
⑥ 미술품엔 세금 없다? 컬렉팅 시작 전 알아야 하는 세금 제도
⑦ 내가 산 작품이 위작? 위작 소장을 피하는 확실한 방법
⑧ 해외 미술품 경매가 TOP10 파헤치기
⑨ 미술품 투자하는데 왜 서양미술사를 알아야 하죠?
⑩ 작가를 보는 법:쿠사마 야요이 vs 무라카미 다카시
작품을 잘 고르기 위해선 ‘취향의 시대적 변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 무슨 작품이 잘 팔렸는지 알면 미래에 어떤 작품이 잘 팔릴지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미술시장에서 투자 가치는 단순히 작품성으로만 결정되지 않습니다. 〈아트&머니〉 3회에서는 한국 미술 구매자들의 마음이 시대적으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포스트 김환기’로 미술관들이 많이 밀었던 ‘민중미술’이 왜 구매자에게 잘 받아들여지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짚었습니다.

박수근의 ‘빨래터’(1954)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경매가 1위를 기록했다. 서울옥션

이인성의 ‘가을의 어느 날’(1934). 삼성미술관 리움이 소장하고 있다. 1930년대에 이인성은 박수근, 이중섭보다 훨씬 유명한 스타 작가였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 미술품 경매가 1, 2위는 박수근의 ‘빨래터’(45억2000만원)와 이중섭의 ‘황소’(33억6000만원)였습니다. 사실 박수근·이중섭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20세기 말입니다. 그 이전엔 이인성이라는 작가가 유명했습니다. 이인성은 1930년대 조선의 국민 작가로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1990~2000년대 초 컬렉터들은 이인성보다는 박수근·이중섭 작품을 더 사고 싶어 했습니다. 주로 1930~40년대생인 이들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산업화까지 격동의 시기를 몸소 겪었습니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해주면서도 한국의 기개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선호했습니다. 여기에 딱 들어맞는 게 박수근·이중섭의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