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씨가 집안 툇마루 밑을 곡괭이로 파도 금이 쏟아져 나올 그런 왕운(旺運)을 타고났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허술한 쿠데타가 성공할 수가 있었겠는가.”
훗날 5·16 쿠데타의 어설픈 듯한 전개 과정을 들은 뒤 내가 지인들에게 농담조로 던진 말이다.
1961년 당시 쿠데타 소문은 심심치 않게 돌아다녔다. 혁명이니 쿠데타니 하는 말이 돌면 ‘또 그 소리냐’ 할 정도로 흔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이었다. 5·16 군사정변이 터지고 사흘 만에 국회가 군사혁명위원회(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로 개칭)의 포고령으로 해산됐다.
나, 김대중은 의원 선서는커녕 금배지 구경도, 의사당 의석에 앉아보지도 못했다. 강원도 인제에서 4전 5기 끝에 첫 당선된 지 5일 만에 졸지에 ‘백수’ 신세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