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증후군」통증환자 늘어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피아노나 바이올린 혹은 첼로 등의 악기를 다루는 어린이·청소년중 허리·어깨·목 같은 곳의 통증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자의반 타의반 또는 억지로 각종 악기교습을 받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학생층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다. 증세는 가벼운 근육통에서 디스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첼로를 하는 고교 1년 생 딸(l6)을 둔 주부 정 모씨(36·서울 청담동)는『딸이 15세 때 허리가 아프다고 해 진찰 받은 결과 가벼운 디스크 증세로 밝혀졌다』며『작은 체구에 커다란 첼로를 메고 다니기도 힘든데다 항상 구부리고 연습하는 바람에 발병한 것 같다』고 말했다.
피아노와 그림을 함께 교습 받는 조 모양(17·서울 반포동)의 경우 양어깨가 견딜 수 없을 만큼 땅겨 병원을 찾은 결과 어깨근육이 상당히 굳어진 상태로 밝혀졌으며 목과 허리 역시 정상이 아니었다.
김민정 양(l6·서울 역삼동)의 경우는 피아노를 치면서 허리에 무리가 갔는데 체육시간에 넓이 뛰기를 하다 삐끗해 디스크로 악화됐다.
연세대 의대 문재호 교수(영동 세브란스 병원·재활 의학과)는『근육통·디스크·척추 측 만 증 등으로 병원을 찾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한달 평균50명 안팎』이라며『이들 중 상당수가 불편한 자세로 악기를 다룸으로써 통증이 생긴 경우』라고 말했다.「악기증후군」이라 불릴 만한 이 같은 현상은 각급 대학병원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등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말했다.
실제로 전문 기악 연주자 중에는 이 같은 증세가 유난히 심한 사람이 있어 일부 연주자는 음악을 포기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류 바이올리니스트 정 모 씨는 상완근 질환을 앓았고, 여류 피아니스트 서모 씨의 경우 어머니가 딸의 근육통을 풀어 주기 위해 지압·마사지 등을 배운 사실은 유명하다.
문 교수는 어린이의 경우 직업음악가처럼 증세가 심한 것은 아니지만『내키지 않는 교습을 억지로 받고, 척추에 나쁜 영향을 주는 자세를 장기간 반복함으로써 요추·경추·흉추 등의 정상발달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즉 목을 앞이나 옆으로 계속하고 있을 경우 경추(목 부근 척추)가 휘게 되고 등받이가 없는 피아노 의자의 경우 높낮이마저 제대로 맞지 않는다면 요통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척추뿐 아니라 손가락 역시 무리하게 사용할 경우 인대염증, 건염증 등이 생길 수 있다고 문 교수는 말했다.
이런 증세의 예방을 위해서는 부모 등 주위사람들이 악기를 다루는 학생에게 항상 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주의를 환기시키고, 의자의 높이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하기 싫은 교습을 너무 억지로 시켜서도 안됨은 물론이다.
치료는 척추의 부담을 덜어 주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척추부근의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과 스트레칭(몸 펴기)을 반복함으로써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다.
즉 어깨부외의 통증해소를 위해서는 팔의 힘을 뺀 채 어깨를 위아래로 움직였다가 앞뒤로 회전시키는 등의 방법이 좋고, 목 부위 근육강화는 앞을 똑바로 보는 상태에서 손으로 머리를 밀어 미는 힘과 버티는 힘을 똑같이 15∼20번쯤 반복한다.
허리통증 치료는 몸을 곧게 펴고 배에 힘을 준 상태에서 배를 뒤로 잡아당겨 척추가 뒤로 밀리는 기분이 들도록 수 차례 반복하면 효과가 있다. <김창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