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생은 왜 자살했나(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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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불량배들에게 협박당한뒤 고민끝에 투신자살한 신영철군(11·송파국교 6)의 사체가 안치된 서울 석촌동 남서울병원 영안실.
신군의 어머니(51)는 자신이 좀더 아들의 고민을 이해하고 잘 타일렀으면 외아들의 죽음은 막을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욱 몸부림치고 있었다.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신군이 아파트앞 슈퍼마킷에서 건전지를 사온 것은 23일 오후9시쯤.
신군은 어머니에게 『가게에서 돌아오다 골목길에서 중학생 형들에게 2천원을 빼앗겼다』고 말을 꺼냈다.
『엄마,형들이 내일 또 돈을 가져오래요. 안가져오면 죽인다고 그랬어요.』
『큰일났어요. 형들이 때리려고 해 우리 아파트 동수를 가르쳐 주었어요. 그래도 호수는 안가르쳐 줘 우리가 여기 살고 있는 줄은 정확히 모를 거예요.』
『내일 학교가는 길에 형들과 마주치면 어쩌죠. 이제부터는 골목길을 돌아 학교에 가야겠어요.』
쫓기듯 말을 털어놓는 신군에게 어머니는 『괜찮을테니 걱정말라』고 다독거린뒤 자기방으로 돌려보냈고 1시간만에 신군은 유서와 함께 시체로 발견된 것.
부모가 마흔살이 넘어 얻은 외아들 신군.
신군은 작은 몸집에 머리가 무척 영리했지만 말없는 성격에 컴퓨터와 그림그리기·우표수집에 골몰했다.
강원도 정선에서 근무하는 아버지는 토요일에만 잠시 집에 들렀고,신군은 46평짜리 아파트에서 세 누나밑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자랐다.
부검결과 신군의 왼쪽 가슴에서 피멍자국이 발견됐고 의사·경찰은 추락과 관계없이 불량배에게 맞아서 난 것으로 추정했다.
『영철아,범죄없는 세상에서 마음놓고 살거라.』
온실에서 곱게 자란 어린이는 견디기 힘들만큼 험하게 된 세태를 다시한번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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