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위는 이기적 접근 공동선 위해 양보도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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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사진) 신부는 독재정권 시절 투쟁의 상징이었다. 직접 돌과 화염병을 들지는 않았지만 거리로 뛰쳐 나가 격한 저항을 하는 젊은이들을 지지하고 응원했다. 그런 함 신부가 요즘 시위 행태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작은 이익을 외치다 보니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평화시위 정착을 위해 각계의 의견을 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여론조사 결과 국민이 도심 집회에 대해 거부감이 큰 것으로 나왔는데.

"평화적 집회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여론이 표출된 것으로 본다. 자유로운 집회는 보장돼야겠지만 공동선을 위해선 양보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기적 접근을 하다 보니 이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평화적 집회 정착은 어려운가.

"(시위 행태가) 좋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노총 집회가 잘 끝났지 않은가. 정착돼 가는 과정으로 봐 달라. 잘 눈에 띄지 않지만 (평화 시위가)정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과반이다."

-과거 함 신부는 숱한 시위를 주도하고, 또 지켜봤는데… 요즘 시위를 보는 느낌은 뭔가.

"독재정권 시절의 시위는 가치지향적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작은 공동체들이 자기 요구를 표출하다 보니 보편적 가치를 갖지 못하고 있다. 좀 더 큰 가치로 접근해야 한다."

-평화시위 정착을 위해 뭐가 필요한가.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다.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국민과 경찰은 시위대의 의견이 무엇인지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위대도 국민적 요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어떤 노력을 할 생각인가.

"우리 위원회의 활동시한은 연말이면 끝난다. 하지만 민간위원들은 역할을 계속할 수 있는 길을 별도로 찾으려고 한다. 정부는 협약 체결을 원하지만 일회성 행사보다는 시위 주체들이 평화 집회를 하겠다는 선언을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를 위해 만나서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하겠다."

최현철 기자

◆ 함세웅 신부=1942년 서울생. 74년 지학순 주교 납치사건 이후 민주화에 뜻을 같이하는 사제들을 모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결성했다. 87년 박종철씨 고문치사 조작사건을 폭로하는 미사를 주도해 그해 6.10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현재 서울 제기동성당 주임신부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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