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증권업 개방 앞두고 진출경쟁|단자·은행 등 발걸음부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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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내년부터 외국증권사에 국내영업을 개방하는 조치에 맞춰 정부가 내국증권사의 신설도 허용키로 함에 따라 증권업진출을 겨냥해 뛰는 기업들의 발걸음이 부산하다.
신설증권사의 자본금규모 등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 않아 작업이 아직 수면 아래서만 진행중이지만 경쟁만큼은 치열하다.
그 중에서도 활동이 두드러진 곳은 단자회사·은행 및 생명보험업계.
우선 단자업계는 정부가 지나치게 비대해진 단자업계를 줄여 증권 또는 은행으로의 전환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혔으므로 일차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문제는 전환하는 것이 더 유리한지, 아니면 그냥 단자회사로 남는 것이 더 나은지 각 사가 주판알을 퉁기고 있는데 이중 시중은행을 끼고 있는 신한(제일은행)·서울(상업은행)· 한성(조흥은행) 등 3개 투금사가 증권진출의 뜻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 같은 소문은 이미 증시에도 나돌아 신한 투금에서는 부인공시까지 냈으나 내부적으로는 계속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이 자회사인 단자회사를 증권사로 전환할 경우 지금까지 은행업과 증권업을 명확히 구분해 오던 분업주의가 너무 갑작스레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도 증권계에선 나오고 있다.
이밖에 증권업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투신사로는 중앙투금이 꼽히고 있다. 또 증권회사와 계열관계에 있는 단자회사들, 예컨대 동양투금(동양증권)·삼희투금(제일증권)·제일투금(신한증권)에 대해서도 기존 증권사와의 합법을 통해 대형화를 꾀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서로 다른 2개의「돈줄」을 하나로 합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한편 생명보험업계는 금융전문그룹을 육성한다는 정부의도가 직·간접적으로 표출되면서 증권업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교육보험·대한생명·삼성생명 등 덩치 큰 회사들이 주로 거론되고 있는데 이들은 이미 신규 진출을 위한 기초조사를 완료한 것으로 알러져 있다.
보험회사들이 이같이 증권업을 겨냥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부동산에 관한 보험사 자산운용이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작년 말 보험산업 개방 때 대신·고려·신한 증권 등이 합작을 통해 보험업에 진출한데 따른 반대급부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보사 역시 증권업에 진출하려면 외국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길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구상으로는 합작증권사의 경우 외국인 지분을 제한할 것이 확실하고 이 에 따라 외국증권사들은 합작보다는 지점진출을 선호하고 있어 이들 생보사가 어떤 조건으로 외국증권사와 손을 잡느냐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밖에 업종다각화차원이나 2000년대 주력업종으로 금융계열사를 키운다는 목표아래 증권업진출을 꿈꾸는 그룹들도 적지 않다. 선경·롯데·동부·진로·유원건설 등이 주목의 대상으로 이중 이미 합작으로 생명보험업에 뛰어든 동부그룹은 계열사인 동부투금을 증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 금융 대그룹이 새로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은 가급적 억제한다는 것이 정부방침이어서 삼성을 포함한 이들 그룹들이 증권사를 가질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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