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비상탈출, 현실에서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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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0일, 서울 시내의 A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괴한 1명이 쇼핑하고 나온 한 여성을 납치해 자동차 트렁크에 감금했다. 이 여성은 트렁크 안에 있는 비상탈출용 레버를 열고 탈출했고 트렁크가 열리는 순간 운전석의 잠금장치가 작동해 앞좌석에 있던 괴한은 자동차 안에 꼼짝없이 갇혀 경찰에 붙잡혔다."


삽화=김회룡 화백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자동차 사고 장면들. 영화 주인공처럼 멋지게 탈출하고 싶은데 과연 현실에선 가능할까?

특허청은 최근 "자동차의 안전장치가 첨단화됨에 따라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치들이 속속 발명되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1996 ̄2005년) 국내 자동차 비상탈출과 관련된 특허 및 실용신안은 263건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등록된 비상탈출 장치는 두가지로 분류된다. 자동차 사고 후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실내에서 탈출할 수 있는 장치는 211건(특허등록 83건), 자동차 범죄 등에 대비한 트렁크룸에서 비상탈출장치는 52건(특허등록 14건)이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자동차가 이동수단이 아닌 생활공간으로 변한 만큼 거주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사고나 범죄 등 주변 위험요소도 커지고 있다"며 "여러가지 안전.탈출장치와 관련된 기술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실용화단계에 이르진 않았지만 충분히 상품가능성이 있는 자동차 비상탈출장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차량의 충돌 등과 같은 비상시에 운전자를 포함한 탑승자가 의식을 잃어 탈출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경우 차량 내에 자동적으로 산소를 공급해 탑승자가 빠른 시간 내에 의식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이 있다. 이는 차량 주차시 에어컨이나 히터를 작동시켜 놓은 채 잠들어 차량 내부의 이산화탄소 증가나 배기가스의 내부 유입 등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경우를 예방하는데도 적용된다.

이를 발명한 현대자동차의 기계설비과 윤준호씨는 "영화 '전격Z작전'을 보면서 주인공이 정신을 잃었을 때 차가 깨워주는 장면을 보고 힌트를 얻어 작년 8월에 특허등록을 했다"며 "아직 차에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이용현씨의 '자동차 비상탈출' 특허도 눈길을 끈다. 그는 트렁트룸에 감금된 피감금자가 트렁크 리드를 개방함과 동시에 실내의 범법자를 실내에 감금함으로써 범법자가 다시 붙잡을 수 없도록 해 안전을 유지하고 범법자를 쉽게 잡을 수 있도록 한 자동차의 트렁크 룸 비상 탈출장치를 발명했다. 기존의 것은 트렁크룸에서 탈출했을 때 범법자에게 다시 붙잡힐 수 있어 안전에 취약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돼왔다.

이 외에도 높은 수압에 의해 문이 열리지 않을 경우 창문을 깨는 창문 파쇄용 장치, 사고 감지 후 작동되는 도어-창문-루프 개방장치, 물에 추락했을 경우 차량이 침수되는 속도를 늦추기 위한 에어튜브를 이용한 차량부양장치 등이 있다.

특허청 기계금속건설심사본부 자동차심사팀 이정학 사무관은 "자동차의 비상탈출장치는 앞으로 보편적 안전장치 중의 하나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건설교통부 정원만 자동차관리팀 사무관은 "자동차 비상탈출에 관련된 아이디어들이 실질적으로 가치를 발휘하고 도움이 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점차 적용기간이 짧아지면서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속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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