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여가 즐기고 추억도 남기고…|비디오 촬영기술 배우기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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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여의도 모 문화센터의 비디오 카메라 촬영기술강의실에서 대부분 여성인 수강생들이 열심히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비디오 카메라의 뷰파인더는 사용자의 시력에 맞춰 조절하도록 돼 있습니다. 뷰파인더가 선명하게 보이도록 시도조절레버를 움직여 맞춥니다. 아래에서부터 위로 각도를 올려 가며 찍는 것은 존경심을 나타내거나 피사체를 돋보이게 할 때 쓰는 기법입니다. 조리개는 초록 선에 맞추면 자동 조절되고 오른쪽으로 가면 열림, 왼쪽으로 가면 닫힘의 방향이 됩니다….』
강사인 이경희씨(중앙대강사)의 설명에 따라 수강생들은 각자 가지고온 캠코더(소형비디오카메라)를 이리 저리 만져 보며 기능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들이다.
이날 출석한 수강생 27명중 단 4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이고 그중 90%가 30∼40대 주부들이다.
주부들이 비디오 카메라수업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 87년 1월 국내 문화센터 중 처음 비디오 카메라강좌를 신설했던 동아문화센터의 경우 2년간 신청자가 거의 없어 폐강을 거듭해야 했다.
그러던 것이 89년 들어 15∼20명의 수강생들이 찾기 시작, 올 들어서는 3개월 단위의 학기마다 수강생이 몰려들어 현재 46명이 수강신청을 했다.
이에 따라 주부들이 주로 찾는 문화센터에서 비디오 강좌를 개설하기 시작,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진로도매센터 등에서 잇따라 강좌가 생겨났다.
현대의 경우 중급 반까지 설치돼 있을 정도. 뿐만 아니라 지방에서의 관심도 높아져 부산 동래문화센터의 경우 지난 10월 1주 과정의 비디오 촬영교실을 열기도 했다.
이처럼 주부들이 비디오 촬영에 관심을 쏟게 된 것은 캠코더의 보급이 가장 큰 원인. 삼성전자 등 국내업계에서 지난해부터 캠코더를 보급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보유하는 가정이 크게 늘어 현재 전국 9백80만 가구의 약 2%가 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문화방송 등에서「시청자가 찍은 비디오 콘테스트」등의 행사가 열리는 것도 붐 조성에 기여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1년째 무용지물이던 캠코더를 제대로 사용해 보려고 문학교실을 찾았다는 주부 문형자씨(40·서울 화곡동)는『일반 사진기와는 달라 전문적인 기법습득이 필요하다』면서『기법을 익히게 되면 자녀들 자연공부에 보탬이 되도록 할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여름 가족들이 야외에 놀러 갔다가 처음 캠코더를 찍었더니 무척 재미있었다』는 주부 이춘남씨(44·서울 화곡동)는『앞으로 작품도 만들어 보는 등 취미생활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주부들 가운데는 자녀들의 피아노 치는 모습이라든가, 스케이트 타는 모습 등을 촬영했다가 이를 보여주면서 자세교정을 해주는데 이용하기도 하고, 해외친지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로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강사 이경희씨는『초기에는 단순한「기록」을 하는데 그쳤으나 요즘에는「작품제작」으로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고 평하고『비디오영상을 공부하다 보면 기성비디오작품·TV프로그램에 대한 바른 안목도 갖게 된다』고 말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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