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AI와 함께하는 바둑 해설] 도사의 말씀 같은 AI 행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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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결승 2국〉 ○ 신진서 9단 ● 박정환 9단

장면 3

장면 3

장면 ③=백을 쥔 신진서 9단은 막막한 눈으로 우상을 응시한다. 푹 뛰어들어야 할까. 아니면 서서히 깎아야 옳을까. 침투냐, 삭감이냐. 신진서는 백1을 선수하더니 3의 ‘삭감’을 선택했다. 알파고가 좋아하던 어깨 짚기가 떠오른다. 박정환 9단의 4, 6은 독특하다. 둔탁하지만 실전적인 수법으로 프로바둑에서 가끔 등장한다. 그리하여 11까지인데 이다음이 중요하다. 잠잠하던 AI 그래프가 이 대목에서 10% 이상 출렁거렸기 때문이다.

AI의 행마

AI의 행마

◆AI의 행마=AI는 이 장면에서 흑1의 차단을 강력 추천한다. 백도 2는 기세인데 이때 3으로 공격한다. 백4로 버텨오면 무심한 듯 흑5 넘어간다. 1과 3은 공격적이더니 5는 뒷짐을 진 듯 차분하다. 도사의 말씀처럼 알 듯 모를 듯 여운을 남기는데 이게 AI가 보여주는 흑 우세의 그림이다. 인간은 따라 하기 힘든 그림이다.

실전진행

실전진행

◆실전진행=박정환은 좀 더 선명한 수를 선택했다. 상대는 세상이 알아주는 전투의 황제. 그러니 급전을 피해 흑1로 뻗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나 그 틈에 백은 2로 모양을 갖췄고 그래프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박치문 바둑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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