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폭력」막자…자구책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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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느닷없이 걸려오는 장난 및 외설전화와 협박전화 등 각종 「전화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전화를 신청할 때 전화번호부에 싣지 말아주도록 전화국에 요청하거나 전화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전화번호를 바꿔주도록 번호 변경 신청을 하는 경우가 상상외로 많다.
그런가하면 최근 시중에 등장한 괴전화 방지기를 구입, 받고 싶지 않은 외부전화를 아예 차단해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전기통신공사에 따르면 내년 8월 발행 예정인 인명 전화번호부(3년만에 1회 발행)에 실을 필요가 없다며 「게재불요」신청을 한 전화청약자가 무려 20만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지난해말 현재 18만8천여명).
또 전국 2백30여개 전화국에는 각각 한 달에 평균 약80건의 전화번호 변경신청이 몰리고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전화폭력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8월말부터 시판된 괴전화 방지기는 지금까지 약3만대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괴 전화 방지기는 「콜 셀렉터」 「폰 키퍼」 등 2종으로 이것들은 전화번호를 누른 뒤 방지기에 입력돼 있는 비밀번호 3자리를 15∼16초안에 추가로 늘러주지 않으면 전화가 자동적으로 끊기도록 한 장치들이다.
발명가 최학씨가 고안, 지난해 7월 국내발명 특허를 낸 「콜 셀렉터」(자동응답 통화 선별기)의 경우 이 장치의 전화국선 연결 잭과 전화기 연결코드로 설치한 뒤 비밀번호 스위치의 커버를 열고 세 자리의 비밀번호를 설정하게 돼있다.
이들 괴 전화 방지기는 모두 작동스위치를 켜 놓을 때 만 기능을 발휘토록 돼있다.
국가기밀상 청와대나 군부대 등 원래 전화 전호부에 게재되지 않게 돼있는 전화번호 외에 일반인들의 전화번호까지 번호부에서 상당수 자취를 감추게 되고 괴전화 방지기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 것은 전화폭력이 최근 날로 기승을 부리기 때문.
가정주부 김모씨(35·서울 송파구 오금동 상아 아파트)는 『남편이 출근하고 없는 대낮이나 밤중에 여론 조사를 핑계대면서 낯뜨거운 내용을 물어오는 괴상한 전화를 한 달에 10여통씩이나 받아 귀찮아 죽을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김씨의 경우 『여기는 ×××비뇨기과인데 학술자료 수집차 여론 조사를 한다』며 부부생활에 관해 꼬치꼬치 캐묻는 장난전화가 주류를 이룬다는 것.
사생활을 침해하는 괴 전화는 한밤중 잠을 방해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켜 부부싸움의 씨앗이 되기도 하는 등 숱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전기통신공사도 「전화사용질서 확립과 전화문화 창달을 위한 전화문화 선진화 3개년 계획」을 마련, 오는 92년까지 이를 범국민운동 차원에서 추진할 방침이다. 이 계획은 언론·반상회·사회단체의 캠페인 등을 통한 올바른 전화예절의 확립을 겨냥하고 있다.
한편 전화번호부 「게재불요」신청은 관할 전화국에서 접수하고 있으며 인명편은 내년 4월말까지, 매년 11월께 발행되는 상호·업종편은 발행 4개월 전에 신청하면 된다.
또 괴 전화 방지기는 4만원대의 값으로 구입할 수 있고 비밀번호를 수시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전화번호 버튼을 누를 때 「삐--뚜-뚜」소리가 나는 전자식 전화기로 외부에서 걸어야 통화가 되고 종전의 기계식으로는 통화를 할 수 없는 단점을 안고 있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도 괴 전화 방지기 시장에 곧 뛰어들 예정이어서 일반인들의 전화폭력방지 움직임은 크게 확산될 전망이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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