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 농구 위에 '속도 농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두 가지 변수가 2006~2007 프로농구 판세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국내 빅맨이 있는 팀은 ▶2, 3쿼터 외국인 선수 출전 1명 제한 조항에 따라 유리한 고지에 서겠지만▶아시안게임 국가 대표 차출로 상당 기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 농구계의 예상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예상이 크게 빗나가고 있다.

초반 우위가 점쳐지던 삼성은 서장훈(2m7㎝)과 이규섭(1m97㎝)이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차출되기 전 치른 7경기에서 3승4패를 기록했다. 2, 3쿼터 평균 득점은 40점으로 다른 구단의 평균(41.8점)보다 오히려 뒤졌다. 그러나 두 선수가 대표로 빠져나간 뒤 2연승을 달렸다. 김주성(2m5㎝)의 동부도 마찬가지다. 차출 전 3승3패였던 동부는 김주성이 빠진 뒤 3연승 하며 공동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스피드 선택한 감독들=걸출한 국내 장신 선수를 보유하지 못한 8개 구단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전술적 대비를 했다. 그것은 '스피드와 협력'이었다. 이상윤 엑스포츠 해설위원은 "감독들은 2, 3쿼터에 작더라도 빠른 선수들을 내세웠다. 부족한 높이를 협력 수비와 빠른 공격으로 채워갔다"고 분석했다.

가장 재미를 본 팀이 LG다. 신선우 LG 감독은 박지현.박규현.이현민 등 세 명의 가드를 동시에 가동, 코트를 넓게 쓰며 빈틈을 노렸고, 외곽슛 횟수를 늘렸다. 삼성과 동부도 빅맨이 빠진 뒤 LG와 비슷한 방향으로 팀 색깔을 변화시켰다. 삼성은 강혁과 이정석을 중심으로 이원수와 임휘종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스피드의 팀으로 거듭났다.

감독들이 2, 3쿼터에서 스피드를 선택한 것은 골밑에서 플레이 할 국내 선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상윤 위원은 "국내 선수들은 (2, 3쿼터에) 외국인 선수가 한 명만 있어도 골밑에 들어갈 생각을 안 한다"고 했다. 김유택 엑스포츠 해설위원은 "외국인 선수 제도가 정착되면서 유능한 골밑 선수들의 씨가 말랐다. 높이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일 수 있는 국내 센터는 없다. 외곽 선수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명진 SBS 해설위원은 "서장훈 등 장신 선수들의 몸이 덜 만들어진 것도 한 요인이다. 3라운드는 끝나야 '2, 3쿼터 장신 효과'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