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라인 문책"요구 먹힌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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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뒤에 앉아 있는 국무위원들이 대형 화면에 나오는 부동산 관련 자료를 쳐다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부동산 정책 라인'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인책론이 효과를 냈다. 당이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등에 대해 '자진사퇴 후→사표 수리' 수순을 청와대에 전달하자 청와대가 이번엔 긍정 검토로 돌아선 것이다.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오전 회의를 하고 "지금은 시장을 진정시키고 효과적인 대책을 통해 시장에 신호를 주는 게 급선무다. 개별 의원들의 불만 표출은 이해하지만, 지도부까지 (부동산 정책 라인을) 물러나라고 요구하지는 않을 것"(우상호 대변인)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물밑으론 다르게 움직였다. 오전 비대위 회의 직후 청와대에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3인방에 대해 경질을 요구한 것. 열린우리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당 분위기를 청와대에 전달했다"며 "추 장관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청와대가 받아들이는 수순으로 정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백만 홍보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아직 경질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명숙 총리도 이날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부동산 정책 라인의 쇄신과 관련, "정책팀 인사와 관련해 의원들의 말을 듣고 참고하고 경청하겠다"고 답했다. 여권 고위 인사는 "청와대가 현재까지는 추 장관에 대해서만 경질을 고려하고 있지만 여론 추이에 따라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수현 사회정책 비서관도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결별 연습 인가?=이날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부동산 정책 라인'에 대한 인책론이 봇물을 이뤘다. 정계개편 논란 때 '노무현 배제론'이 나왔던 열린우리당이 이젠 노 대통령과 '결별 연습'에 들어간 분위기였다.

정동영 전 의장은 한 라디오 프로에 나와 "부동산 정책을 집행한 라인에 대해 신뢰가 떨어진 상태"라며 "잘못한 인사들이 있다면 마땅히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정부 질문에서는 초.재선 의원들이 나섰다. 재선인 송영길 의원은 "부동산 정책 신뢰 제고를 위해 관련 정책팀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재선인 오영식 의원도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 의지를 보인다는 차원에서 후속 대책 발표와 함께 부동산 정책팀을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 인책론 집중 거론=이날 열린우리당의 인책론은 단순한 정책 비판 차원에서 나온 것일까. 의원들이 주장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은 만큼 인책론을 통해서라도 국민의 분노를 달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인책론'은 종전의 인책론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올 3월 이해찬 총리의 사퇴 문제 때는 지도부가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하는 형식을 취했다. 조심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이번 부동산 파동을 겪으며 의원들은 '이제 올 때까지 왔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고 "명분만 있다면 노 대통령과의 이별도 두렵겠느냐"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nova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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