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m 리무진 모는 보험설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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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푸르덴셜생명의 라이프 플래너 백용준씨가 고객 서비스용으로 산 포드 링컨 리무진 옆에 서 있다. [김태성 기자]

푸르덴셜생명보험의 라이프 플래너(보험설계사) 백용준(46)씨는 요즘 차 길이가 8.5m나 되는 흰색 리무진을 몰고 다닌다. 미 포드산 링컨 리무진이다. 보험 영업으로 돈을 벌어 꿈에 그리던 차를 굴리는 것은 아니다. 고객 경조사 때 직접 운전 서비스를 하기 위해 구입한 것이다. 백씨는 "라이프 플래너로서 일종의 투자인 셈"이라고 말했다. 리무진 서비스 아이디어는 인터넷을 뒤지다 우연히 떠올렸다. 차를 좋아해 수시로 인터넷에서 자동차 정보를 찾다가 지난 7월 이 차를 발견했다. 미국 교포 사업가가 쓰다가 한국에 들여와 처분한다는 내용이었다. 고객에게 제공할 독특한 서비스를 궁리하던 차에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차값은 밝히지 않고 '수천만원대'라고만 했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샀다. 일체 점검을 한 뒤 DVD 플레이어와 노래방 기계를 설치하고, 운전 연습을 하느라 거의 두 달을 보냈다. 덩치가 워낙 커 아파트 주차장에 둘 수 없어 집(경기도 일산) 근처 유료 주차장에 세워 둔다. 단골 세차장과 흥정해 외부 세차를 할 때마다 2만원을 준다. 일반 승용차는 실내 세차까지 해도 1만2000원이면 되는 것을 감안하면 '덩치값'이 만만치 않다. 백씨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고객에게 남다른 서비스를 할 수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 보험을 든 고객들이 필요로 할 때만 서비스를 한다. 고객이 결혼하거나 수술 뒤 기분전환을 원할 때, 사망한 고객의 유가족을 위로할 때 쓴다. 기름값은 고객 부담이 원칙이다.

그는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에 다니다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2000년 푸르덴셜로 옮겼다. 보험 영업을 하면서 무엇보다 서비스 정신과 신뢰 구축이 중요함을 느꼈다고 한다. 고객이 다치거나 병이 들어 입원했다고 알려오면 웬만한 라이프 플래너는 전화로 보험 처리 방법을 설명하는 것으로 그치건만, 그는 직접 병실로 달려가 위문하고 상담을 했다. 그렇게 성의를 보이는 게 더 나은 서비스라는 생각에서다. 이런 서비스 정신 때문에 그의 고객들은 보험을 해약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2년 동안 해지를 하지 않는 '보험유지율'이 98%다. 생명보험 업계 평균(36.1%)과는 비교가 되지 않고, 푸르덴셜(평균 72.8%)에서도 최상위권이다.

권혁주 기자 <woongjoo@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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