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오일파동 아닌 공급불안”/17년전 1차파동이후 어떻게 변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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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차 자원국가주의로 의도적 유발/2차 물량 대폭줄어 수급 차질 심각/페만 안정되면 원상회복 기대
17년전인 73년 10월18일 중동 최대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 석유 금수조치를 단행했다. 제1차 오일쇼크가 터진 것이다. 그 뒤를 이어 79년 이란사태를 계기로 2차 오일쇼크가 발생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시작된 최근의 중동사태와 유가급등 현상도 이것이 과연 제3차 석유위기로 증폭될 것인지에 세계의 관심이 모아져 있다.
물론 과거 1,2차 석유위기와 이번 사태의 전개양상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제1차 석유위기는 아랍권이 결속,석유수출 물량을 줄이는 정치적 시위에서 시작됐다.
73년 10월초 발발한 팔레스타인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이스라엘­이집트간의 제4차 중동전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당시 이스라엘을 지원하던 미국에 대해 10% 수출물량 삭감을 선언한데 잇따라 OPEC(석유수출국기구) 각국이 소비국을 우호ㆍ중립ㆍ비우호국으로 나눠 수출물량을 조정하고 가격을 대폭 인상한 것이 충격의 시발.
유가는 산유국들의 일방적 인상결의에 따라 73년초 배럴당 2.59달러에서 74년초 11.65달러(아라비안라이트기준)로 네배이상 폭등했다.
심각한 수급불안은 74년 이후 금수조치가 해제되면서 다시 안정세를 찾게 되지만 당시 고도성장기에 있던 세계경제는 서방선진국의 경우 성장률(74년)이 0.7%로 73년의 5.7%에서 급전직하로 떨어졌다.
이와 함게 국제석유시장에서 OPEC가 서방메이저(국제석유자본)를 누르고 정부공식판매가(GSP)라는 단일가격제를 실시하는 등 정식 카르텔로서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게 된다.
1차 위기가 이른바 자원내셔널리즘에 따라 의도적으로 부추겨진 것이라면 2차 석유위기는 대폭적인 물량부족에서 빚어진 수급불안 사태였다.
당시 자유세계수요의 15%(하루 5백50만배럴)를 공급하던 이란이 회교혁명으로 78년 12월27일 전면 수출을 중단한데 이어 80년 9월 이란­이라크전,81년 쌍방 유가공격 등이 터지면서 OPEC의 산유량은 79년 하루 3천1백50만배럴에서 82년 1천9백80만배럴로 급감했다.
일부 비OPEC 산유국의 증산이 따르긴 했으나 79∼81년 부족물량이 하루 8백10만배럴까지 확대,2차 위기는 장기적인 일대혼란일 수 밖에 없었다.
원유품귀로 현물시장 유가는 13달러(아라비안라이트 78년 평균가)에서 81년 34.3달러로 폭등했고 이를 틈타 OPEC는 아홉차례의 가격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산유국 정부에 직접 호소해 물량을 할당받는 정부간 거래방식이 이 무렵에 일반화됐다.
2차 위기는 결국 서방선진국(OECD)의 경제성장률이 79년 3.2%에서 80년 1.3%,81년 1.5%,82년 마이너스 0.2%로 후퇴하는 세계적 불황의 터널로 연결됐다.
최근의 중동사태는 이러한 과거 경험과 비교할 때 몇가지 점에서 구분된다.
첫째는 수급불안이 산유국에 의해서 보다 소비국들의 대 이라크에 대한 경제조치에서 비롯,소비국측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유가가 17달러에서 사태 한달여새 30달러이상(OPEC 평균유가)으로 뛰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수급 등 시장질서에 따라 움직일 뿐 터무니 없는 가격인상 등의 징후는 아직 없다는 점이다.
또 석유수급이 유휴설비 등을 감안할때 기본적으로 공급과잉 상태이며 소비국들은 1,2차 위기때의 경험으로 상당량의 비축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물량부족현상은 일지 않고 있는 점도 전혀 다른 양상이다.
이점에서 관계전문가들은 사태향방에 따라 전쟁위험의 심리적 불안이 해소되면 유가는 하락,안정세를 찾을 것이며 국제석유시장은 구조적 변혁 등의 충격없이 원상복귀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강하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유가는 내년 2ㆍ4분기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내년말이면 OPEC 기준가인 배럴당 21달러까지 내릴 것으로 최근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3차」라기보다는 과거 위기와는 규모나 양상을 달리하는 「또다른」석유위기 정도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박신옥기자>
◇석유위기때의 유가 및 OPEC 생산비교
●1차
73 74
OPEC평균유가(배럴당 달러) 3.06 10.89
OPEC산유량(백만배럴) 30.8 30.4
OPEC의 시장점유율(%) 65 66.8
●2차
78 79 80 81
OPEC평균유가(배럴당 13 29.89 35.69 34.3
달러)
OPEC산유량(백만배럴) 30.3 31.5 27.4 23.4
OPEC의시장점유율(%) 58.9 60.1 55.4 49.4
●이번 사태
90.7 90.9
OPEC평균유가(배럴당 달러) 15.13 31.12
OPEC산유량(백만배럴) 23.2 21.9
OPEC의 시장점유율(%) 43.8 41.3
★1,2차시는 아라비안라이트유 기준.
★78년과 90년 7월은 사태전 비교시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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