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투표기 말썽 … 투표 지연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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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투표기가 곳곳에서 말썽을 부린 가운데 덴버 시민들이 7일 투표하기 위해 시청 앞에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덴버 AP=연합뉴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전자투표기가 본격 도입돼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최첨단 투표기는 곳곳에서 말썽을 부려 투표 지연 등 크고 작은 문제를 야기했다.

인디애나.오하이오.미주리주 등 6개 주의 수십 개 투표소에서 소프트웨어 결함이나 선관위 직원들의 오작동으로 전자투표기가 멈추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투표가 지연되면서 유권자들이 장사진을 치는 광경을 연출했다.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카운티 등에서는 투표 시간을 몇 시간씩 연장하기까지 했다. 플로리다주에서는 전자투표기가 계속 말썽을 부리자 기존의 종이 용지로 투표를 대신하기도 했다.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는 광학 판독기가 특정 후보를 선택한 투표용지를 읽지 못해 항의가 빗발쳤다.

이번 선거에서 전자투표기를 이용해 투표한 시민은 5500만여 명.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던 2000년 대선에서는 '보조개 표(Dimple Chad)' 인정 여부를 둘러싸고 심한 홍역을 치렀다.

당시는 여러 주에서 기표 용지에 구멍을 뚫는 펀치 방식으로 투표를 했는데, 힘없는 노인들이 제대로 구멍을 뚫지 못한 채 오목한 자국만 낸 '보조개 표'를 놓고 시비가 붙었던 것이다.

이후 미 정부는 2002년 투표지원법을 마련, 선거 방식을 개선해 왔다. 이에 따라 이번에 전자투표기와 광학 투표기가 폭넓게 채택됐다. 그럼에도 오작동 사례 등이 나타나 박빙 지역에서는 개표 결과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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