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국군에 보내는 갈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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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6공 정부가 군의 민주화와 정치로부터의 중립화를 내 걸었을 때 우리 국민들은 환영을 표하였으며 지난 2년 동안 군 수뇌부를 정치군인에서 야전군 출신으로 교체해 나가면서 점진적으로 공약을 지켜 간 것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렇게 군의 신뢰 분위기가 마련되어 가는 시기에 이번 국방부가 군의 민주화와 정치로부터의 중립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군인 복무규율 개정안」과「국군 병영생활 규정안」을 확정하여 법제처에 넘긴 것은 시대흐름이 비추어 시의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이번의 내용이 민주적이라는데 호감이 가는 것은 내 자식이 군에 복무하고 있다는 것도 작용했지만 그보다도 내무생활을 정신교육 차원에서 통제해 온 구 일본군대 방식의 악습을 뿌리뽑아 모든 병사들이 인간적인 대우를 받게 된다는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우리 기성세대가 너무나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군 생활을 해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군인의 정치행위 금지에 관한 규정이 금지사항을 구체적으로 추가한 것도 그렇거니와 군 병영생활 규정에서 우리군대의 고질인 구타, 가혹행위, 군기확립을 빙자한 각종신고와 점호 등 악폐를 과감하게 개선한 것도 획기적인 일이다.
군의 민주화는 군의 뿌리인 사병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민주적 발상에서 군의 전향적 발전이 기대된다.
그러나 그동안「광주 민주화항쟁」당시 과잉진압·과당방위 문제로 큰 갈등을 겪었던 무기사용에 관한 규정을 삽입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법령 몇 개로 군의민주화가 쉽게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아직도 군을 불신하며 뜬소문을 퍼뜨려 군의 내부를 분열시키려는 사람들이 있는 한 군의민주화는 더디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군의 의식 밑바닥에서부터 민주화의지가 우러나 올 때 군은 진정한 조국의 방패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홍수피해 현장에서 보여준 군 장병들의 헌신적인 대민 봉사 모습에서 군민주화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과 함께 아낌없는 성원을 보낸다.
최윤섭<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998의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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