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아프리카 개도국도 해외로 눈 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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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통신회사들이 해외에 제대로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기업의 국내 안주'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학회장을 맡고 있는 홍익대 이광철(경영학.사진) 교수는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국내 업체들은 정부의 규제 속에서 내수 시장에만 신경 쓰다 보니 해외로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영국 보다폰 등 선진국 대형 통신회사만 해외로 진출하는 게 아니다"며 "멕시코의 아메리카모빌이 중남미 14개국에서 1억 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이집트의 오라스콤도 중동.아프리카.아시아 6개국에서 4800만 명에게 휴대전화 서비스를 한다"고 소개했다. 이동통신 서비스가 우리보다 뒤진다는 개도국의 통신회사들도 활발한 해외 진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효율성이나 형평성이라는 국내 정책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한 정부 규제는 통신회사들이 해외에서 외국사업자들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데 장애요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민간기업에 통신 요금을 내리라는 요구가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그는 "규제를 받고 있는 통신회사는 정부와의 관계, 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이런 행태들이 한국 통신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아울러 통신회사 경영진에도 "적극적인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꼭 해외 시장에 나가 경영권을 갖고 모든 것을 다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우리가 진출하려는 개도국의 통신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때에 따라서는 지분 투자를 하고 전략적 제휴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일정 지분을 투자해 경영에 참여하면 각종 선진 서비스를 이전할 수 있고, 여기에 딸린 장비나 소프트웨어업체들이 함께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해외 투자로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며 "눈을 밖으로 돌리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에는 통신회사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가 있는 만큼 국내 금융자본도 통신회사와 제휴해 이런 형태의 투자를 시도할 만하다는 제안도 했다. 그는 통방융합 서비스에 관해 "인터넷TV(IPTV)는 한국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라며 "정부의 규제 논란으로 서비스가 지연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영국=서경호, 미국=김창우, 싱가포르=김원배, 일본.중국=이원호 기자 (이상 경제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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