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은 이제 고정 틀이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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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현대미술은 이제 4각 캔버스라는 고정적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표현공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든 회화의 바탕이 될 수 있지요.』
미국 뉴욕에서 활동중인 화가 변종곤씨(42)가 일시 귀국해 개인전을 11∼23일 이목화랑(514-8888)에서 연다.
변씨는 이 전시회에서 캔버스평면 외에 낡은 여행용가방·주전자·악기 등에 표현한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일부 작품은 호암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화랑미술제에도 출품됐다.
그는 이같은 다양한 표면에 현대문명, 특히 미국문명을 상징하는 풍경·인물과 동양의 상징적 모티브를 극 사실적 묘사로 결합함으로써 독특한 이미지를 던진다.
헤드폰을 낀 부처, 마이클 잭슨과 주역도해, 바이올린 뒷면의 조선시대 미인도 등.
『제가 사용한 오브제들은 주로 뉴욕 뒷골목 벼룩시장에서 구한 수십 년 전 폐품들입니다. 오랜 손때와 색감이 제 회화와 어우러지는 세계가 재미있었습니다.』
그는 이같은 표현을 통해 동·서양의 이미지를 접목시키는 한편 현대 기계문명의 인간파괴에 대한 분노와 절망감을 정적이고 차가운 팝 아트적 분위기로 묘사한다.
그의 극 사실주의 기법은 많은 시간과 땀을 요구한다. 특히 오브제의 곡면에 그리기는 더욱 힘들다. 하루 10시간 이상씩 그려야 한 달에 한 점을 완성한다고.
변씨는 중앙대를 나와 지난 78년 타이프라이터를 이같은 극 사실적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동아미술상 대상을 수상한 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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