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10년유예기간 둬야(「UR농업협상」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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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쌀ㆍ쇠고기등 완전개방 불가능/영세농 감안 보조금감축 재고/패배주의는 금물… 「수출농업」계기 삼아야
금년 12월초까지 협상종료 3개월 정도를 남겨놓고 있는 「우루과이라운드」의 농업협상을 둘러싼 농민단체ㆍ학계ㆍ정부간의 논쟁이 뜨겁게 계속되고 있다. 도대체 「우루과이라운드」의 농업협상이 무엇이길래 논쟁의 열기는 더해만 가는 것일까. 협상이 타결된다면 우리 농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서로 다른 주장을 가진 농업관계전문가와 학계 및 농민단체의 의견을 들어본다.<편집자주>
「우루과이라운드」란 한마디로 GATT의 제8차 다자간 무역자유화 협상을 말한다. 1백여개 국가가 참여,각국의 공산품ㆍ서비스ㆍ투자,그리고 농산품시장의 개방확대를 위하여 관세인하와 비관세장벽의 철폐에 대한 국제적인 무역규범과 실천방안을 협상하는 자리다.
농업협상은 「우루과이라운드」의 15개 협상분야 가운데 하나이며,다른 협상과 마찬가지로 각국의 농산품시장개방확대와 무역자유화를 위한 실천방안을 놓고 지난 4년여 동안 협상을 계속해 오고 있다. 현재 농업협상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 기본원칙에 합의를 보아 놓고 있다.
첫째,각국은 농산품의 수출촉진을 위해 지급되는 수출보조금을 빠른 기간내에 우선적으로 감축시켜야 한다.
둘째,각국은 현재 수입규제되고 있는 농산품의 국제가격과 국내가격의 차이를 관세상당액으로 평가,관세를 부과하고 그것을 점진적으로 감축시키는 「관세화방식」에 의해 농산품시장을 개방시켜야 한다.
셋째,각국은 국내농업에 지급되고 있는 보조금 가운데 농업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생산촉진,비용절감,또는 가격지지를 위해 지급되는 보조금총액을 감축대상으로 현수준에서 동결하고 그것을 점진적으로 감축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기본원칙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협상은 관세화대상품목과 감축 또는 허용대상보조금의 범위ㆍ감축기간ㆍ감축률 등의 감축방법을 놓고 각국간의 날카로운 의견대립으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산품에 대한 수출보조금의 지급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시장개방과 보조금의 감축문제는 아직도 영세소농 경제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농업구조를 생각할 때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현재 수입규제되고 있는 2백77개 농축산품 가운데 농가소득과 자원이용ㆍ식량안보등을 감안 쌀ㆍ보리ㆍ콩ㆍ고추ㆍ마늘ㆍ쇠고기ㆍ유제품등의 완전한 시장개방은 불가능하며,국내보조금의 감축에 있어서도 우리 농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농업구조조정을 위한 보조금의 지급이 불가피함을 주장하고 있고,불가피하게 감축이나 개방이 이루어져야하는 부문에 있어서도 최소한 10년이상의 구조조정을 위한 유예기간이 보장되어야 하고 감축률의 수준도 30%이내가 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영세소농 경제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농업의 개방확대와 보조금의 감축이 농민들의 농업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과 위기의식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 그렇다고 「우루과이라운드」때문에 우리 농업이 끝장이 난다고 생각하는 것도 지나친 패배주의가 아닐 수 없다.
만일 「우루과이라운드」의 원칙대로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많은 수출보조금과 국내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수출국에서 그와같은 보조금의 삭감이 동시적으로 일어날 경우 오히려 우리 농업의 상대적인 국제경쟁력이 회복될 수도 있는 새로운 국제환경의 조성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산품시장의 국제적인 개방화 물결을 우리만이 거슬러 갈수가 없다고 한다면 문제는 어떻게 개방화의 충격과 피해를 최소화시키면서,개방화의 물결을 타고 우리 농업을 수출농업으로 국제화시키는 계기로 만드느냐에 있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결코 불가능한 이상만이 아니다.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결단,그리고 정부와 농민간의 신뢰회복이 전제가 된다면 「우루과이라운드」는 극복될 수 있고 우리 농업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이제라도 「우루과이라운드」의 모든 문제를 터놓고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농민과 함께 대화하고 우리의 슬기와 힘을 모아야 할 때다.<최양부 부원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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