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나라마다 비축 "바람"|세계 주요국의 현황과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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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최근 중동사태를 계기로 석유비축의 중요성이 재삼 강조되고 있다.
l, 2차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석유 소비국의 유가급등이나 공급부족사태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들여 일정기간을 버틸 수 있는 원유를 비축해 놓고 있다.
지난달 27일 증산협의를 위해 열렸던 OPEC(석유수출기구)긴급 석유상 회의에서 IEA(서방 소비국을 중심의 국제에너지기구)의 비축유 방출 문제가 함께 거론될 정도로 그 자체 산유국들에 작용하는 영향력도 적지 않다.
지난 6월 현재 유럽 선진국들을 비롯한 자유 세계 전체의 석유비축량은 약 1백5일분(55억배럴, 정부·민간 비축포함)으로 과거 어느 때 보다도 높은 수준에 있다.

<미국>
전체소비의 60%를 자급하는 산유국임에도 불구, 정부(에너지부)가 나서 원유 비축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목표량은 수입량을 기준 해 90일분.
「에너지 정책 및 절약법」에 따라 77년부터 전략 비축계획(SPR)을 추진, 지난 6월 현재 5억8천5백만 배럴(IEA석유시장 통계)로 약91일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저유가였던 최근 5년 사이에도 약 1억 배럴을 비축했다.
여기에 정유회사 등 민간이 갖고있는 상업재고까지 합하면 총 15억1천5백만 배럴(지난해 미 국내수요의 99일분)에 달한다.
그러나 대부분 민간주도의 비축정책을 펴고있는 유럽의 다른 IEA회원국들과는 달리 기업 등에 비축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는 않으며 에너지부가 단독으로 정부비축을 하고있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비축유는 모두 정부예산으로 사들이고 있다.
비축기지는 소금바위동굴을 이용 모두 지하시설로 돼있는데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의 멕시코해 연안에 몰려있다 올해까지 총7억5천만 배럴을 저장할 수 있도록 총7개의 비축기지를 확장건설 할 예정이고 비축량도 수요증가에 대비해 오는 95년까지 10억배럴 수준으로 늘려갈 것을 추진하고있다.

<일본>
석유를 거의 전량 수입해 쓰고있는 만큼 비축에 대해 일찍부터 열을 올려왔다.
현재 취하고있는 기본정책은 IEA의 권고량인 90일분 이상의 비축수준용 유지하되 민간의 석유관련기업(정유 및 수입·판매회사 등)들이 이를 담당케 하고 90일 분 이상의 물량에 대해서는 통산성 산하의 석유공단(JNOC)이 따로 정부비축을 추진해간다는 것.
이에 따라 6월 현재 석유공단이 비축한 2억1천만 배럴의 원유(52일분)를 포함, 총5억6천6백만 배럴(원유 및 제품). 1백60일을 지탱할 수 있는 비축유를 보유하고있다.
최근에는 향후 수요증가에 따른 증량 비축에서 더 나아가 비축목표를 1백60일 분으로 확대해갈 것을 추진중이다.
일본의 이 같은 비축노력은 67년 제3차 중동전쟁에 자극 받아 72년 60일분 비축계획을 시작하면서 본격화됐다.
비축기지는 해상 및 지상 탱크, 그리고 최근에는 지하동굴기지도 추진되고 있는데 북해 도 등의 5개 대규모 기지 외에 5개 기지가 추가 건설 중에 있다.

<프랑스>
IEA 회원국이 아니면서도 90일분비축을 시행하고 있다.
종래 민간기업에의 비축의무화로 추진돼온 비축정책을 87년 재검토, 기업 등의 출자로 된 공기관 성격의 공동비축연맹(SAGESS)을 설립해 정부의 관여 폭을 넓힌 것도 주목할 점이다.
정유 및 석유수입, 판매회사들이 90일분 목표의 절반인45일분을 비축토록 하고 나머지 45일분은 연맹측이 담당하고있다.
현재 비축량은 원유, 제품을 포함해 총l억2천7백만 배럴(월 기준 70일분).
비축재원조달은 기업이 자기부담으로 하되 제품판매가에 이를 반영토록 하고있다.

<대만>
자원 안보적인 차원에서 역시 비축에 힘을 쏟고 있다.
석유류 공급업체는 평균 판매량의 90일분, 석유를 연료로 쓰는 전기공급업체와 일정규모 이상의 석유소비업체는 평균소비량의 각각 70일, 60일분이상 재고를 유지하도록 법으로 의무화돼 있다.
현재 원유, 제품 등 비축량에 대한 것은 전혀 알려져 있지 않으나 약1백20일분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돼있다.
관련투자재원은 석유류 소비자가에 반영한다.

<한국>
한국은 전년 소비량 기준 해 60일분의 정부 비축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입법 예고된 석유사업법 개정안은 정유사 및 앞으로 생겨나게 될 석유수입판매업자들에 대해 일정규모이상의 저장시설과 비축을 의무화하고있어 내년부터는 우리도 민간 비축을 병행해갈 것으로 보인다.
비축이라고는 전무하던 상태에서 1, 2차 위기를 치르고 80년 5월 60일분의 비축계획을 처음 세웠다.
이에 따라 82년 남해안의 원유지하저장동굴(2천7백만 배럴) 등이 잇따라 건설됐고 여기에 총 9천여억원을 들여 비축유가 채워졌다.
현재 비축물량은 원유 3천8백만 배럴, 등유·경유·LPG(액화석유가스) 등 제품l백80만 배럴 하여 지난해 소비기준 52일분.
소비량 증가에 따라 지난해까지도 60일분에 해당하던 게 이렇게 줄었다.
정부는 오는 96년까지 수요의 60일분을 맞추기 위해 총1조6천여억원을 투입, 비축시설을 현재(4천2백40만 배럴)의 두 배가 넘는 9천4백80만 배럴로 늘릴 것을 추진중이다.
비축유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필요하다거나 유조선 피격등 유사시 정유사들이 수급상 긴급요청을 할 때 현물상환조건으로 대여되는데 최근 이라크 사태로 예정물량을 도입 못해 가동에 차질을 빚을 형편이던 극동정유에 1백30만 배럴이 방출되기도 했다. <박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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