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제품 생산업체 여성근로자 52.5%가 "두통" 호소|부산 백병원 이채언 박사팀 432명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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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내 고무제품 생산업체의 여성 근로자들 중 상당수가 유기 용매로 이용되는 유해 화학물질인 톨루엔에 노출돼 어지러움증·피부이상·불안 등 여러 직업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샘플 조사결과 나타났다.
또 이들 근로자들 중 소변 속의 마뇨산(톨루엔의 산화 분해물)농도가 산업안전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는 사람도 3분의1 가까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져 톨루엔에 의한 건강 위해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다.
이는 인제대 의대 부산 백 병원의 이채언 박사(예방의학)팀이 지난 87년부터 부산지역의 고무제품 생산업체 근로자 4백32명을 대상으로 조사, 최근 밝힌「톨루엔 폭로 아성근로자들의 요중 마뇨산 배설량과 자각증상과의 관계」에서 드러났다.
조사에 따르면 검사대사자들 대부분이 여러 가지 자각증세를 복합적으로 호소했는데 가장 많은 것은 두통으로 52.5%나 됐다는 것.
그 다음은 ▲어지러움증(41.2%) ▲점막자극증상(41% ) ▲피부감각이상(29.2%) ▲불안 (21.3%) ▲식욕부진(19.7%)등의 순 이었다(여러 가지 증세를 복합적으로 호소).
또 검사대상자의 소변 중 마뇨산의 농도를 분석한 결과 산업안전 보건법상 정상범위(기준치)인ℓ당 1.09이하인 저농도 배설군이 2백98명이었는데 비해 정상 범위이상의 수치를 보인 사람이 1백34명(31%)이나 됐다.
정상범위 이상의 배설군 중에는 ℓ당 1.1∼2.9g이상의 중농도 배설군이 96명이나 됐고 정상인의 3배나 되는 3.0g이상의 마뇨산이 함유된 고농도 배설군도 38명이나 나왔다.
마뇨산은 도료나 본드 등의 접착제에 많이 사용되는 톨루엔이 가스상대로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면 체내에서 여러 대사과정을 거쳐 형성돼 소변과 함께 배설되는 물질로 이 산의 농도는 곧 톨루엔 흡입량의 지표가 되고 있다. 톨루엔은 방향족 탄화수소의 일종으로 체내에 흡수돼 자율신경계를 포함한 중추신경계의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박사는『공업용 톨루엔에는 더욱 유해한 물질인 벤젠이 최고 25%까지 들어 있어 건강장애가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이런 작업장의 근로자들은 환기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톨루엔 증기에 하루 8시간씩 3개월 이상 노출될 경우 1백PPM의 농도에서는 중증의 피로감·두통 등이 오며 2백PPM에서는 근육위축·정신착란·동공확산 등의 증세가 온다』고 경고했다.
한편 한양대의대 고재경 박사(생화학)는 최근 밝힌「톨루엔 흡입에 대한 대뇌 미엘린(Myelin)의 변화에 대한 연구」를 통해『실험용 쥐에 2천 PPN의 톨루엔을 작용시킨 결과 하루만에 쥐의 대뇌 미엘린의 인지질 총 함량은 정상 쥐에 비해 19%나 감소했으며 7일깨는 60%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고 박사는『이 같은 실험결과로 보아 톨루엔의 흡입으로 대뇌피질이 손상될 때 미엘린 내의 연지질 함량의 변화부터 먼저 일어나 전체적인 대뇌손상이 오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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