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쌍춘년 길일… 저녁까지 결혼 예식장 북새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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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공군회관. 지하철 역이 가까워 평소에도 주말이면 결혼식 하객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이날은 정도가 심했다. 보통 때는 오후 2시를 넘기면 하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지만 이날은 캄캄해진 오후 7시까지도 회관 뒷마당 주차장과 주변 골목길이 하객들과 차량으로 북적댔다. 공군회관 웨딩홀 관계자는 "2개의 예식홀을 갖추고 있는데, 평소 주말보다 훨씬 많은 10개가 넘는 결혼식이 몰린 탓에 오후 6시까지 예식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다른 예식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주요 예식장은 올 1월부터 예약이 몰렸고 이날 점심시간을 전후한 시간의 예약은 일찌감치 마감됐다.

이날 결혼식이 한꺼번에 몰린 것은 올해가 음력으로 입춘이 두 번 든다는 쌍춘년으로 결혼하기에 좋은 해라는 속설이 퍼져 있는 데다 특히 이날이 점술가들이 꼽는 길일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이 600년 만에 한 번 찾아온다는 '황금돼지' 해여서 내년 태어나는 아이들은 재물복을 타고난다는 속설까지 더해졌다. 이 때문에 올 가을 길일을 찾는 결혼식 수요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 바람에 결혼식을 마친 신랑.신부들 중 상당수는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신혼여행을 하루씩 미루기도 했다. 결혼식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도 결혼식장 쫓아다니기에 바쁜 날이었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안모(32.여.회사원)씨는 "친구들로부터 청첩장을 네 개나 받아 어디로 가야할지 당황스러웠다"며 "결국 시간이 겹치지 않는 두 곳에 얼굴만 보이고 왔다"고 말했다. 공군회관에서 만난 손희숙(58.여)씨는 "토요일인 28일 저녁 7시 결혼식부터 시작해 오늘 오후 이곳까지 세 번째인데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사 대행업체들도 이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30일과 31일이 이사하기에 좋은 길일이기 때문이다. 한 이사업체 관계자는 "손 없는 날로 알려진 30~31일은 물론 그 직전 주말부터 이사하려는 사람이 많아 예약이 꽉 차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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