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병앓는 증시/깨진 600선… 이대로 붕괴하는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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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백약이 무효… 하락행진/너무 깊은 침체골 회생 “감감”/기업자금 조달 흔들… 수요창출대책 시급
증시가 중병을 앓고 있다. 효험이 있을만한 처방은 쓸만큼 썼는데도 되살아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지난 6월초 종합주가지수 8백선이 무너진 후 주가는 하락행진을 계속,이제 설마했던 6백선마저 무너진 상황에 와 있다. 지난 몇년간의 폭발적 상승국면 뒤끝의 조정상황으로 보기에는 최근 증시침체의 하락세는 골이 너무 깊고 넓다.
페르시아만 사태라는 돌발적인 악재가 가세했다고는 하나 상반기의 경제성장률 9.9%가 보여준 국내경제 여건의 호전도 감안돼야 한다.
증시가 워낙 오래 죽을 쑤다보니 투자자들에겐 모든 상황이 나쁘게만 비쳐진다.
시장상황이 웬만해도 대단한 호재로 받아들였을 각종 대책과 발표도 전혀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다.
증시는 나라경제 전체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한 중요한 연결고리다.
증시침체는 단순히 투자자의 손실정도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란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하다.
증시는 기업자금조달의 가장 중요한 부문으로 떠올랐다. 증시침체는 결국 이같은 자금조달을 어렵게 한다.
올들어 7월까지 증시를 통해 기업이 조달해간 자금은 7조3천23억원이다.
이는 작년 같은기간의 10조9천1백97억원보다 3조5천억원 이상(33.1%) 줄어든 것이다.
특히 기업공개나 유상증자 등 기업의 실력을 반영할 수 있는 주식형태로 조달한 자금은 1조1천6백99억원으로 작년 같은기간(2조3천3백62억원)의 절반으로 줄었다.
결국 확정금리를 보장해 주는 회사채 방향으로 그나마의 자금이나 조달한 셈이다.
증시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우면 은행 등으로 가야하나 이 또한 증시침체가 걸림돌이 돼 뜻대로 될 수가 없다.
은행을 통해 풀린 돈을 증시활황때는 통화채 배정을 통해 다시 빨아들였지만 요즘같은 상황에서는 떠안길 데가 없다.
통화를 잡기 위해선 은행문턱부터 규제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외부자금을 끌어다 생산활동에 써야할 기업이 제 할일을 할 수가 없다.
또 일반투자자의 손실은 개인소비를 위축시키고 이는 수요감퇴에 따른 생산활동의 침체를 초래한다.
이처럼 증시는 증시자체 뿐 아니라 경제의 모든 부문과 연결돼 있다. 증시가 뒤틀리면 전체 경제도 뒤틀리게 마련이다.
투자인구가 6백만명을 헤아리고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금줄이 된 증시가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는데 의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단순히 「투자자의 손실」일 뿐이라고 냉정히 잘라 말해버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증시를 되살릴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주가는 수요ㆍ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니만큼 공급을 줄이고 수요를 늘리는게 가장 원론적인 해결책이다.
공급측면에서는 이미 공개ㆍ증자억제 등을 통해 묶을만큼 묶었다. 또 공급요인인 미상환 융자금과 미수금 1조2천억원어치는 정리하되 유통시장에는 나오지 못하도록 묶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결국 문제는 수요다. 증시만 본다면 주식 살 돈을 풀어대는 일이가장 확실할지 모른다. 그러나 작년 12ㆍ12조치때 2조7천억원의은행돈을 대 투신사가 주식을 사게하고도 주가받치기에는 완전히 실패한 전례가 있다.
더욱이 물가 10% 지키기가 현재로서도 거의 불가능해진 판에 이같은 방법은 쪽박마저 깨버릴 위험이 너무 크다.
증권업계쪽에서는 2조원 규모의 제2증안기금을 새로 만들고 시가발행할인율을 완전 자율화하며 주식의 액면가를 분할하고 연ㆍ기금을 주식매입에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속으로는 현 분위기에서 과연 돈 푸는일 말고 효험이 있을까 반신반의하고 있다.
정부ㆍ여당도 6백선을 마지노선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지만 마땅한 지지방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섣불리 마구잡이 처방을 썼다가는 효험도 없이 증시체질 자체만 더욱 버려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뼛골깊이 든 병을 알면서도 쳐다보기만 할뿐 선뜻 손을 쓸 수도,내릴 처방도 마땅찮은 답답한 분위기,이게 요즘 증시다.<박태욱기자>PN JAD
PD 19900823
PG 06
PQ 01
CP KJ
FT V
CK 01
CS B05
BL 418
TI 세금우대 유가증권저축 개발/이자ㆍ배당소득세 면제
TX ◎모든 봉급생활자 대상… 급여수준 무관/정재무,증권수요 확대ㆍ근로자 재산형성 돕기
정영의재무부장관은 23일 봉급생활자면 급여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들 수 있는 「세금우대 유가증권저축상품」을 개발,시행할 것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정장관은 이날 호텔신라에서 한국공업표준협회 초청 조찬간담회에 참석,『증권시장에 대한 수요확대와 근로자들의 재산형성 기회를 늘리기위해 월급여에 관계없이 들수 있고 이자ㆍ배당소득세가 면제되는 새로운 유가증권저축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장관은 또 최근의 장기회사채 발행수익률 자유화와 관련,『제2금융권의 단기금융상품은 지난 6ㆍ28 금리인하조치의 내용을 절대 바꿀 생각이 없다』고 밝혀 회사채 및 CD(양도성예금증서)발행금리인상등에 뒤이어 제2금융권의 다른 금리도 따라 오르는게 아니냐는 항간의 관측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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