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자사주 1300만 주 매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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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SK㈜는 31일부터 내년 1월 말 사이에 자사주 1300만 주(10.1%)를 사들이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날 종가(6만8900원)로 따져 약 9000억원어치다.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영국의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SK의 등급 전망을 'BBB- 안정적'에서 'BBB- 부정적'으로 낮추는 등 신용평가 업계와 증시에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SK㈜는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자사주 매입안을 결의했다. 매입 자금은 수익이 별로 나지 않는 자산을 파는 방법 등으로 마련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전국 174개 주유소 땅 매각 4700억원 ▶인천 용현동 토지 처분 1963억원 ▶매출 채권 담보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4000억원 등 총 1조663억원이다. 주유소 매각은 하나은행이 맡는다. 주유소는 SK네트웍스가 SK㈜에서 임대해 쓰는 것으로, 매각 뒤에도 당분간 SK네트웍스에 임대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인천의 토지는 프로젝트 금융회사인 ㈜인포트와 26일 매각 계약을 했다. SK㈜는 자사주를 사고 남은 돈으로는 은행 빚을 갚아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에 앞서 2월부터 4월까지 5400억원을 들여 자사주 900만 주를 장내 매입한 바 있다.

SK㈜ 측은 "실적은 좋은데 주식 유통 물량이 많아 주가가 잘 오르지 않는다고 보고 자사주를 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해부터 대체로 6만원 선을 오르내렸다.

업계와 증시에선 SK㈜가 수조원 대의 투자보다 일단 주가 관리에 힘을 쏟기로 한 것으로 풀이했다. 이 회사는 값싼 벙커C유에서 비싼 휘발유.경유 등을 뽑아내는 정제 고도화 시설 건설과 지난해 인수한 SK인천정유 운영자금 마련에 3조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한 사외이사는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 일단 주가 부양 차원에서 자사주를 사기로 했다"며 "매년 1조원 이상 순익을 내 향후 투자자금 마련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SK㈜는 또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SK인천정유 지분을 일부 처분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날 SK㈜ 주식은 전날보다 2.23% 오른 6만8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SK㈜ 주가는 회사가 주가 관리에 나설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오름세를 보였다. "길게 봐 부정적"이라는 견해도 만만찮다. 피치는 등급 전망을 낮추면서 "자금조달 계획이 만족스럽게 진행되지 않으면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양종금증권의 황규원 연구원은 "대부분 영업용 자산을 매각해 자사주를 취득하기 때문에 기업가치 상승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며 "주가는 일시적 반등에 그칠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권혁주.안혜리.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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