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 미 혼자선 해결 힘들다”/브레진스키 위싱턴포스트 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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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라크 응징에 소ㆍ일 등 협조 얻어야
카터 행정부에서 국가 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교수가 16일 워싱턴 포스트지에 「페르시아만의 진정한 미국이익」이라는 제목으로 중동사태에 대처하는 미국의 기본입장에 대해 기고했다. 기고문 요지는 다음과 같다.<편집자주>
【위싱턴포스트=본사특약】 쿠웨이트 위기에서 진정으로 미국에 중요한 국가이익은 페르시아만 국가들이 서방에 적정가격으로 안정된 석유를 안정되게 공급토록하는 것이다.
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은 이같은 이해관계를 위태롭게 했으며 미국이 즉각 대응하지 않았더라면 이라크는 이 지역의 군림하는 국가로 부상하고 석유가격을 좌지우지할수 있었을 것이다.
80년 카터독트린선언이후 미국의 중동정책은 어떤 적대적인 국가가 페르시아만을 장악하는 것을 막는데 있었다. 부시 대통령이 파병을 결정,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페르시아만 연안국가에 미국 혼자서라도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는 확신을 심어준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또다른 정책목표,즉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토해내는 문제는 좀 복잡해진다. 그것이 바람직한 목표라는 것은 분명하다. 힘이 더 센 나라가 이웃국가를 무자비하게 강합적으로 합병한 것은 받아들일수 없으며 받아들여져서도 안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국 혼자 또는 미국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응이 아니라 「국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국제사회가 혼연일체가 되어 이라크를 쿠웨이트로부터 축출할 수 있으면 냉전종식후 최초의 위기에서 국제적인 협조를 해냈다는 찬사를 받을만한 일이다.
집단적인 행동은 진정으로 국제적 행동이 되어야지 비록 유엔 깃발 아래 행동이 이뤄지더라도 미국이 주축이 되는 원정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세계로부터 진정한 지지를 받을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소련ㆍ일본등 주요국가,그리고 최소한 몇개 아랍국가가 참가해야 한다.
다음으로 모든 국제적인 압력은 이라크를 협상에 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어야지 공격하는 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이라크를 압박하는 것이어야지 목을 졸라서는 안된다. 무조건 항복이 아니라 협상을 통한 해결이 되어야 한다.
이같은 점을 무시한다면 궁지에 몰린 이라크가 국제적 봉쇄조치를 아랍민중들에 의한 대미 전쟁으로 변형시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벌일 것이고 드디어 요르단을 공격,이스라엘의 대응을 유발함으로써 마치 폭발의 뇌관을 건드리는 셈이 된다.
이 문제는 조심하지 않으면 이라크를 쿠웨이트로부터 축출하는 군사비는 상당히 많아질 것이며 미국국민들이 쫓겨난 쿠웨이트왕을 다시 권좌에 앉히는 대가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을 받아들일지 의심스럽다.
미국의 공격적인 자세는 이밖에도 상당한 위험을 자초할 것이다. 이 기회를 이용해 이란과 시리아는 옛 영토를 회복하려는 유혹을 받을 것이고 이스라엘도 일방적인 군사행동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 간단히 말해 중동전체가 화염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는 분쟁의 확대로 나타날뿐 아니라 서방국가가 석유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쿠웨이트로부터 이라크의 축출이라는 2차적인 목표는 미국의 중심목표인 석유공급선을 위태롭게 하는,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될지도 모른다.
이같은 점을 간과한 신경질적인 반응은 후세인을 히틀러에 비교하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오류를 범하게 한다. 히틀러는 7천만국민과 산업적으로 지구전을 치를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나 후세인은 1천7백만 인구에 군수산업이나 식량생산도 없는 국가를 이끌고 있다는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미국은 단호하게,그러나 지각있게 행동해야 한다. 미국의 정책은 침략을 저지하는데 두어야지 아랍의 대미 성전을 불러일으켜서는 안된다.
좀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석유의 공급이 궁극적인 미국의 과제이며 쿠웨이트 해방은 국제사회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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