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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PVC 창호 생산 30년 '황소바람' 막으려 시작 아파트 문화를 바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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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아궁이를 개량해 부뚜막과 아궁이 바닥으로 열이 달아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2중 창이라도 추운 날에는'커튼'을 치고 '비닐'로 창을 한 겹 더 막아야 '황소바람(좁은 틈으로 들어오는 센 바람)'을 막을 수 있다."<중앙일보 1974년 11월 19일자 5면>

1차 오일쇼크(73~74년)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 찬 바람만 불면 정부와 언론은 이처럼 열 관리를 잘 하자고 국민을 계몽했다. 집집마다 '아궁이 개량''창문에 비닐 대기''마루 바닥에 양탄자 깔기'처럼 열을 지키려는 사투가 벌어졌다. 76년 10월 LG화학(당시 럭키)은 파이프나 자동차 부품 소재로 쓰이던 PVC(폴리염화비닐)로 창호(窓戶)를 만들어 외풍을 막겠다고 나섰다. '창호'를 대체해 일반 명사처럼 정착된 '하이샤시'가 탄생한 것이다.

이 회사는 30년 간 총 130만t에 이르는 PVC 창호를 만들어 팔았다. 한 줄로 이으면 지구를 33.7바퀴(135만㎞) 돌 수 있는 물량이다. 누적 매출액은 4조8000억원. 국내 PVC 창호 시장의 60%를 점한 LG화학은 올해 창호 부문에서 6600억원, 2010년 1조원의 매출을 목표로 삼았다.

초창기 PVC 창호는 국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유럽 등지에선 이미 널리 쓰이는 건축자재였지만 '플라스틱은 무르다'는 인식이 잘 불식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선뜻 구매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2차 오일쇼크(1978~80년)가 터지자 '하이샤시'의 방풍.단열 성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LG '하이샤시'는 88년 분당.일산을 포함한 서울 주변 5대 신도시 등 주택 200만호 건설 계획이 추진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87년 270억원이던 창호 부문의 매출은 91년 1300억원으로 5배 가까이로 늘었다. 90년대 중반 발코니 외창에도 PVC 창호를 적용하면서 답답한 아파트의 공간 문제에도 대안을 제시했다. 창고나 세탁실 정도 기능의 발코니가 실내 공간과 다름없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2000년 이후 창호는 단순한 바람막이에서 주거문화의 필수 요소로 발전하고 있다. LG화학도 실내온도와 습도,실외 공기 오염도 등을 측정하는 센서를 달아 창호가 자동으로 여닫히게 만들었다. 홈네트워크와 연결된 '생각하는 창호'를 선보이고 있는 것. 2002년 중국 톈진에 공장을 지어 현지 창호 시장 공략에 나선 데 이어 러시아.동남아.중동 등지로 생산기지를 확대할 계획도 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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