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채 & 패싸움 십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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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축제는 끝났다. 한·미 양국의 프로야구가 각각 현대 유니콘스와 플로리다 말린스에게 우승컵을 안기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승자는 환희의 눈물을 흘렸고 패자는 아쉬움의 눈물을 감추었을 것이다.

올해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뉴스는 단연 아시아신기록을 쏘아올린 이승엽의 56호 홈런이었다. 국민타자라는 명성에 빛이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승엽과 더불어 아내 이송정씨의 인기도 치쏟아 올라고 무엇보다 56호 홈런볼을 차지하려는 팬들의 각축으로 야구장엔 때아닌 잠자리채 열풍이 불었다.

한편 태평양 너머 메이저리그 경기장에서는 '핵잠수함' 김병현이 손가락 파문에 휘말렸다. 박찬호 등 우리 선수들의 활약이 미진했던 올해 8승 5패 16세이브 방어율 3.18을 기록하며 '빨간 양말의 수호신'으로 추대되던 BK의 실수에 마음을 졸였다.

* 마키스 그리솜의 메이저리그 패싸움 10계명

1. 상대팀이 자극하면, 위협적인 동작과 화난 말투로 이런식의 말을 주고받는다. “어제보니 니네엄마가 니가 싸인 안한 운동화를 신고다니던 것 같던데?” (선수들은 용품계약 맺은 회사용품만 쓰도록 되어있다), “정말 그렇단말이야? 음… 에이젼트 시켜서 확인해 보겠어!”

2. 싸움이 나더라도 절대 가장 먼저 필드에 뛰어나가는 사람이 되서는 안된다. 먼저 튀어나가면 먼저 맞는다. 그러니 일단은 상대를 위협하는 척 하며 참다가 우리팀의 진정한 터프가이가 나갈때까지 기다리는게 상책이다.

3. 투수 마운드를 중심으로 일단의 싸움집단을 구성하고 나면, 그때는 싸움에 합류해도 된다. 하지만 여기서 절대로 명심할 것은 우리팀 선수들이 많은 후방지역으로 합류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혹시라도 모르는 진짜 싸움이 일어날 때 보호받을 수 있고, 또 차후에 일어날 징계위원회의 비디오 필름 조사시 징계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

4. 만약 위의것들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상대팀이랑 붙어라. 하지만 평소에 친했던 상대팀 선수들을 찾아가야만 한다. 그들 앞에 가서 서로 드잡이질 하고있는 척을 해라. 만일 상대팀에 친한선수가 없다면 그 팀의 가장 작고 약해보이는 선수를 찾아서 진짜 화난것처럼 노려보라.

5. 만일 상대 선수들이 진짜 화나서 일을 벌일 것 같은 분위기일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선수 등 뒤로 접근하는 것이다.

6. 항상 심판의 시야 안에서 움직여라. 그것도 심판 근처에서. 그래야 진짜 싸움이 나도 그들이 말리러 올 수 있다.

7. 이 모든 것이 안된다면, 그저 서성대며 위협하는 척이나 해라.

8. 절대로 앨버트 벨 근처에는 가지마라. 선수생명이 끝장나는 수가 있다.

9. 싸움이 끝나고 운동장이 대강 정리되고 나면 상대방을 노려보며 화난듯 소리쳐댄다. “내 얼굴에 대고 욕할 용기도 없는 주제에 집에가자마자 웹사이트에 (내 욕을) 바가지로 써놓을 겁쟁이들아!"나 “넌 모르는 지 몰라도, 니 마누라는 알 마틴(Al Martin)이랑도 결혼했단다!”라고.

10. 마지막으로, 우리팀이 그 경기에서 이겼다면 기자들 앞에서 그 싸움이 가슴속의 무언가를 자극해서 우리가 이기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얘기하라. 만약 졌다면? 싸움이 팀의 상승분위기와 투수들의 리듬을 깨버려 질 수밖에 없었다고 얘기해라. 미숙한 경기운영을 한 심판들의 탓이라고 말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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