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열린우리 의장 '개성 춤' 파문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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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21일 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 AP=연합뉴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의 '개성공단 춤'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틀이 지났지만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당내에서조차 "책임지고 의장직을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 의장은 침묵하고 있다. "해프닝일 뿐인데 의장이 직접 나서서 말하는 게 적절치 않다"(김 의장 측근)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 "본말 전도" vs "김 의장이 책임져야"=개성공단 방문에 동행했던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2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짧은 해프닝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도 같은 생각이냐"는 질문에 그는 "함께 갔던 대표단을 대신해 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춤판이든 율동이든 해프닝에 불과한 것"이라며 "본말이 전도된 것이 유감스럽다"고 했다. 역시 개성공단에 동행한 천정배 의원도 당 홈페이지에 김 의장을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김 의장에게서 과거 백범 김구 선생의 결기를 느낄 수 있었다"며 "(춤은) 핵실험을 주도한 북한 지도부와 손을 잡은 것이 아니라 평범한 식당 종사자의 권유에 따른 자연스러운 인간애의 발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내 비난은 매섭다. 특히 김 의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반대했던 의원들은 김 의장 측을 강도 높게 압박했다. 윤원호 의원은 "국제의원연맹(IPU) 총회에 다녀왔는데 지역 주민들과 당원들의 항의가 하도 빗발쳐 부산에 내려왔다"며 "너무나 부적절한 행동을 했고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도 많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도 "이번 사태로 우리 당 지도부가 북핵 문제를 얼마나 안이하게 생각하는지가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전병헌 의원은 "이 문제를 질질 끌 경우 당내 분란만 커지니 김 의장이 신속히 유감을 표명 하고 정리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 "핵실험 축하하러 갔나"=한나라당은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북한 정권이 평양에서 핵실험 성공을 자축하는 10만 군중이 집회를 갖던 날, 열린우리당 의장과 의원들이 북한 무용수의 장단에 맞춰 춤판을 벌였다"며 "부창부수(夫唱婦隨)도 이럴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강재섭 대표도 전날 경남 창녕에서 가진 재.보선 지원 유세에서 "열린우리당 간부들이 이 어려운 시점에 개성에 가서 직원들과 춤을 추는 등 여러 가지 이해 못할 행동들을 했다"며 "북한 핵실험 성공을 축하하러 간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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