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구당위원장회의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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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 2선후퇴」조건부 야 통합론 우세/통합우선론 나오자 가차없는 비판/이총재측선 반발 무마하느라 진땀
26일 민주당의 지구당위원장 전체회의결과 이기택총재를 중심으로 하는 야권통합우선론보다 김대중 평민당총재의 선퇴진을 주장하는 조건부통합론 내지 통합 시기상조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하게 나타남으로써 야권통합 논의 자체가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됐다.
토론에만도 7시간 이상이 소요된 회의는 원외위원장은 물론 일부 부총재들도 이총재의 통합노선을 가차없이 비판하고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였으며,격앙된 몇몇 위원장은 울음까지 터뜨렸다.
당헌상 민주당의 통합협상은 정무회의에 위임되어 있지만 이날 회의결과가 대평민ㆍ재야와의 협상에 일정한 제약을 가할 것은 틀림없고,경우에 따라 당의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엿보이는 형국.
○…회의는 표면상 『야권통합을 통해 명실공히 국민적 수권정당을 이루고,통합추진과정에서 민주세력 대동단결ㆍ체질개선ㆍ세대교체ㆍ통합대비 등 창당 4원칙이 지켜지도록 당지도부에 건의한다』는 결론으로 끝맺었다.
그러나 비공개로 진행된 토론순서에서는 김대중총재 퇴진론과 통합 시기상조론이 통합우선론을 압도했고,이총재와 김정길ㆍ이철ㆍ노무현의원 등은 통합의 대의명분을 내세워 반발을 잠재우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이었다.
통합우선파쪽에서는 △김총재퇴진을 전제로 하는 것은 통합하지 않겠다는거나 마찬가지로 명분에서 밀릴 우려가 크고 △통합신당이 곧 「김대중당」이 된다는 주장은 지나친 패배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지도체제등 제도적 장치로 이를 방지할 수 있으며 △이번에 통합이 되지 않을 경우 야권 모두가 공멸할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로 『이총재를 믿고 통합협상을 맡겨 두자』고 강조.
반면 김총재퇴진론쪽은 △1노3김 시대를 청산하고 세대교체ㆍ체질개선을 이룬다는 의미에서도 김총재는 퇴진시켜야 하고 △김총재가 있는 한 비호남권 유권자의 지지를 받기 어렵고 △지역감정을 몇몇 정치인만의 결합으로 극복한다는 것은 큰 오산이라고 주장했다.
시기상조론은 또 현재는 반민자당투쟁에 전념할 시기이며,14대 총선을 평민당과의 연합공천으로 치른 뒤 득표비율을 바탕에 깔고 통합협상에 임하자고 제안.
이총재의 노선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또 이­김 총재회담등 최근의 통합협상이 대뜸 결의부터 한뒤 당내 설득에 나서는 민자당식이라며 밀약설ㆍ제2정계개편 관련설을 거론하는 등 의구심을 표시.
○…회의에 앞서 통합우선노선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야권분열로 군정종식을 앞당기지 못한 김총재는 퇴진해야 하며,민주당은 정무회의 아닌 전당대회를 열어 통합방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준비해 28명의 서명까지 받았다가 지도부의 강력한 만류로 서명작업을 중단.
반발 분위기의 확산으로 회의가 별 결론도 없이 끝나자 이총재는 침통한 표정으로 『많은 이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27일부터 개별설득에 나서 통합의 시대적 사명을 다하겠다』고 재차 다짐.
○…결과적으로 8월중 국민공감대 확산작업을 거쳐 9월 정기국회를 전후해 합당한다는 이총재의 단계적 통합안에는 일정한 제동이 걸린 셈인데,이에 대해서도 제동을 건 쪽에서는 『오히려 총재의 입지를 우리가 넓혀준 것』이라고 평가하는 반면 통합우선파는 『지도력 누수현상으로 통합과정에서 명분만 잃게 됐다』(김정길의원)고 상반된 해석.
이총재가 현역의원 4∼5명과 일부 원외위원장들과 함께 평민당과의 합류를 강행할 경우 분당은 필연적이고,결국 양쪽 모두 위축,파산할 것이란 게 지배적 관측.<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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