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그냥 출산하면 감염에 무방비…맹아확률 높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성병과 임신>
작년 말쯤이었다. 미국에서 살다 귀국한 어떤 임신부가 출산을 앞두고 병원을 찾아왔다.
임상검사를 해보니 예전에 앓았던 헤르페스가 도져있는 상태라 하는 수없이 제왕절개술을 한 적이 있다.
헤르페스라는 병은 특별한 치료법도 없으면서 한번 발병하면 재발하기 쉬운 성병이다. 특히 임신부가 분만직전에 헤르페스를 않고 있으면 반드시 제왕절개수술을 해야한다. 만약 제왕절개술을 하지 않으면 분만 때 질에서 바이러스의 감염을 받게되고, 그 결과 신경계 손상을 입어 저능아가 되거나 사망하는 수까지 있다.
때문에 예전에 헤르페스를 앓았던 여성이 임신했다면 의사와 상의하여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헤르페스의 초기증세는 발열이 생기는 등 독감과 비슷하다가 조금 지나면 물집이 생기고 피부가 벗겨지며 쓰라린 증세를 보인다. 이때 자꾸 손으로 건드리면 다른 부위까지 옮게되니 주의해야한다.
예전에 치료를 했다 하더라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재발하기 쉬우며, 또 재발했다하면 저항력 때문에 증세가 덜 해지는 것이 헤르페스의 특성이다. 매독의 경우 임신부가 앓게되면 자연유산의 확률이 높으며 사산까지 할 수도 있다. 다행히 임신3∼4개월 이내에 적절히 치료하면 태아에 아무런 이상이 없지만 치료를 않고 그냥 놔두면 태아의 신경장애를 일으켜 맹아나 저능아를 낳게 된다. 뿐만 아니라 모체에도 영향을 주어 암 혹은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골반염이라든지 관절염까지 일으킬 수 있는 임질은 80%정도의 여성이 초기증세를 느끼지 못하지만 관계 후 2∼3주 지나면 냉과 함께 질의 불편함을 보인다.
정확한 진단은 균 배양으로 알 수 있으며, 만약치료를 하지 않으면 맹아를 낳기가 쉽다. 신생아가 태어나면 곧바로 눈에 항생제를 넣는 이유도 임질균으로 인한 맹아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임질보다 더 흔한 클라디미아라고 하는 병은 태아의 눈과 귀에 염증을 일으키며 폐렴을 유발하기도 한다. 모체에도 골반염이라든지 불임을 가져다주는데 조기에 발견하면 항생제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
흔히·임질 등 다른 성병과 함께 발병되는 것 중에 곤지름이라는 것이 있다. 사마귀같은 살이 한개 혹은 여러개 돋아나는데 관계 후 1∼3개월쯤에 증상이 나타나며 염증이 동반되면 가렵기도 하다. 바르는 약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재발가능성이 높고, 특히 임신하면 증세가 더욱 심해진다. 염증이 심해질 뿐 아니라 크기도 빨리 커지는데 만약 산도(질)를 막는다면 제왕절개술로 태아를 꺼내야 한다.
감기를 제외하고 가장 흔하다는 성병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전염되고, 또 모체와 태아에게 심각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특히 다른 질병과 달리 전염성이 강하고 여성에겐 불임의 원인이 될 수도 있으므로 문란한 성생활을 금해야 한다. 섹스 파트너는 반드시 한사람만 정해두어야 하고 콘돔이라든지 살정제를 사용하는 것도 성병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다. 박용균<고려대 의대 교수·산부인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