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쓰듯 숫자 남발보다 발품 판 현장기사가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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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올해로 5회를 맞은 '대학생 기획.탐사기사 공모'에는 36개 작품(전국 30여 개 대학에서 75명이 참여)이 접수됐다. 응모작 가운데는 기존 언론매체가 포착하지 못한 참신한 주제를 잡아내거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기사화를 시도한 작품이 제법 눈에 띄었다. 특히 기사와 사진.그래픽 등을 마치 실제 지면처럼 멋지게 편집한 정성 어린 작품도 많았다. 그러나 참신한 시각에 비해 기획.탐사기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심층적인 보도와는 거리가 먼 작품도 있었다.

기획.탐사기사의 가장 중요한 속성은 '깊이 있는' 보도다. 사회 이면에 숨은 진실을 파고들어 문제점을 끄집어내는 기사여야 한다. 따라서 현장을 외면한 채 단순하게 숫자를 남발하는 논문 같은 기사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응모작 중 여론조사나 통계의 기본적 원칙도 모르고 숫자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어 아쉬웠다.

발품을 팔아 생생한 현장감을 불어넣은 기사는 그만큼 읽는 사람에게 신뢰도를 높여준다. 반면 사설.칼럼처럼 자기 주장만 강하게 늘어놓는 작품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심사위는 주제의 참신성, 기사 내용의 심층성, 기사에 담은 사회적 메시지 등을 종합 평가했다. 심사 결과 부문별로는 우수한 작품이 많았지만 심사위원 모두가 공감하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찾지 못했다. 아쉽게도 올해는 최우수작을 내지 못했다.

우수상으로 뽑힌 '청계천 그 후'는 청계천 복원 뒤 생계 터전을 옮긴 상인들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가벼운 트렌드성 소재 대신 묵직한 사회적 이슈에 정면 승부한 학생들의 도전의식을 높이 평가했다. 발품을 판 취재 역시 박수받을 만하다.

오랜 현장 취재의 결과물인 '우리는 진정한 한민족의 재중동포이길 바란다' 역시 중국의 동북공정 추진 등에 맞춰 시의적절한 작품으로 평가받아 우수작으로 뽑혔다. '자원봉사 학점제의 두 얼굴'은 대학생과 사회가 원하는 올바른 자원봉사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영석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장.한국언론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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