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텔리비전(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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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흑백 TV가 미국 시장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28년 7월이었다. 그때 값으로 75달러,당시 금값으로 환산하면 3ㆍ6온스,지금으로 치면 1천3백달러쯤 된다. 물론 흑백에다 그림(화상)도 지금의 10분의1에 못미치지만 인류 최초의 TV였던 것을 생각하면 결코 비싼 값이 아니다.
미국 CBS가 정식으로 컬러TV 방영을 시작한 것은 1951년이었다. 흑백이후 20여년,컬러이후 다시 40여년,텔리비전 수상기는 혁명적인 변혁을 맞고 있다. HD텔리비전으로 불리는 「고화상텔리비전」이 그것이다. HD는 「하이데피니션」(high definition)의 약자,말그대로 고화상이라는 의미다. 일명 「하이비전」이라고도 한다.
고화상텔리비전이 종래의 컬러TV와 다른 점은 우선 화면의 정확도가 현장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화면의 초점 범위가 넓어 입체감도 연출한다. 영화처럼 선명하고 섬세하며 큰 화면을 보여준다.
기술적으로는 현재의 TV화상이 5백25개 주사선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에 비해 고화상TV는 그 두배보다 더 많은 1천1백25개의 주사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 애널로그 신호로 음성을 바꾸면 음향효과도 귀가 번쩍하게 달라진다. 화면의 비례도 지금 TV의 가로,세로 비율 4대3에서 고화상TV는 5.33대3으로 넓어진다. 가위 TV혁명이다.
문제는 지금보다 두배 이상의 주사선을 무선으로 보내려면 현재의 채널로는 어렵다. 전파영역이 넉넉한 마이크로 웨이브를 이용해야 한다. 방송위성을 띄워야 하는 것이다.
일본은 벌써 시험방송을 시작했다. 다만 미국의 하이비전과 다른 점은 일본의 경우,TV수상기 자체를 새 것으로 바꾸어 놓지 않으면 안된다. 미국은 지금의 TV를 통해서도 하이비전을 볼 수 있게 어댑터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그만큼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자는 생각이다. 이 경우,화면의 질이 일본보다 떨어지는 것이 흠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정부와 기업이 합작해 1천억원을 들여 고화상텔리비전개발에 착수했다. 93년 시제품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먼 후일의 일이 아니다.우리의 전자기술도 대견하지만 세계시장을 겨냥한 국책산업이라니 그 또한 기분 좋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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