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독 경제통합 서독에 엄청난 재정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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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의 시카고 켐퍼 파이낸셜 서비스의 수석경제학자 데이비드 헤일은 최근 미 워싱턴 포스트에「독일, 대담한 실험」이란 제목의 기고에서 양독의 통화 통합에 따라 동독은 서독의 실질적인 경제 식민지가 될 것이며 앞으로 12개월 동안 동독의 실업률은 20%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편집자주】
독일은 금세기 가장 거대한 실험중 하나인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을 추진중이다.
그 전환은 지난 1일 양독 화폐의「대 교환」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동독마르크화가 소멸하고 양독 통화로서의 도이체마르크화가 도입된 것이다.
지금 서구의 대학도서관에는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의 이행에 관한 책들은 많지만 그 반대 방향의 변화에 대해 청사진을 제시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동독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제적 변화들은 단지 서독과의 통일을 향한 첫걸음만은 아니다.
이와 유사한 변화를 시도중인 여타 사회주의권 국가들에 잠재적 모델의 역할도 한다.
동독은 동유럽 사회주의권에서 가장 효율적인 산업시스팀을 갖고 있었지만, 40년간의 공산주의로 인해 동독 인들의 평균소득은 베를린 장벽 너머에 있는 그들의 부르좌 사촌(서독인)에 비해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동유럽 경제의 재건 비용 때문에 90년대 세계자본 흐름은 80년대 레이거노믹스, 70년대 오일쇼크 때만큼이나 거대한 방향변화를 겪게될 것이다.
이번 양독 간 통화통합은 동독을 서독의 실질적인 경제식민지로 바꾸어놓을 것이다.
이전의 동독정부는 국가소유 독점기업들에서 대부분의 수입을 얻었다.
그러나 그 기업들은 국경개방과 동독 마르크화 소멸에 따라 경쟁력을 상실했다. 더구나 동독마르크화의 소멸은 동독정부가 이제 부채를 상환해줄 중앙은행도 없음을 의미한다.
결국 동독정부는 명목상의 주권만을 갖게 됐으며, 서독으로부터의 자금지원이 없으면 예산지출조차 할 수 없다.
공산치하에서 쇠퇴할 대로 쇠퇴한 동독경제를 재건시키기 위해선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한다.
민간분석가들의 추계에 따르면 공공기반시설 확충에 4천억∼5천억달러가 소요된다고 한다.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과 서비스산업 개선비용도 엄청나다.
서독과 생활수준 차를 좁히고 동독공장의 노동력 감축에 따른 이주를 억제하기 의해서는 사회보장·실업보험이 확대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서독의 재정·금융정책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극심한 고통을 경험할 것 같다.
현재 8백70만명 동독인 노동자들 중 약37%가 제조업에 취업하고 있지만 그들중 최소한 절반은 일자리를 잃게될 것이다.
이를 상쇄하기 외해 건설·서비스의 고용증가나 소기업의 창립이 있다고 해도 실업률은 앞으로 12개월 동안은 20%로 증가하고 앞으로 3년간은 10% 이상을 유지할 것이다.
동독의 높은 실업률이 올해에는 인플레이션의 압력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급격한 사회지출의 증가로 동독정부의 재정적자는 급등할 것이 틀림없다.
한편 소련에 대한 경제지원도 독일의 자원을 요구할 것이다.
역사적·지리적 요인 때문에 서독은 이미 소련과 상업·금융적 유대를 맺고 있다. 그러나 통일의 결과 소련의 정치적 안정·경제적 현대화에 있어서 독일보다 더 큰 이해관계를 가진 나라는 아마 서구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콜 총리가 소련에 긴급 식량 원조를 보내고 대규모 정부보증 차관을 발표하는 등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지원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콜 총리는 최근 휴스턴에서 열린 G7회담에서 주요산업국가들에 소련경제에 대한 수십억달러 지원계획을 촉구한바 있다.
동독은 지금 시장 경제와 민주화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공장이 문을 닫고 실업이 늘어날수록 동독인들은 그동안 서독정부가 제시해왔던 것보다 더 많은 소득보조금과 경제안정 보장책을 요구하게 될지 모른다.
서독정부가 이들의 요구를 모두 무시하기는 아마 어려울 것이다.【워싱턴포스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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