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함께 하는 사회자로 새 모습 보일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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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우스꽝스런 표정과 행동으로 많은 사람들을 웃기는 개그맨이 말끔한 용모에 달변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MC가 된다는 것은 아무래도 관심을 끈다.
『심형래라면 언뜻「영구」「펭귄」등 좀 덜떨어진 역이 떠오를 겁니다. 미끈하게 잘 생기고 말도 잘하는 사람들이 맡아 하는 사회자를 하라니 주위 사람들이나 저나 모두 의아했죠. 자신 없어 안 한다고 버티다「더듬어도 좋고 가식적으로 할 필요도 없다」는 연출자선생님의 애정 어린(?)설득에 마음 다져먹고 변신을 결심했어요.』
그 동안 쭉 연기만 해오다 8일 방송되는 KBS--2TV의 간판프로『쇼 비디오 자키』(기획 김웅래·연출 김영렬)에서 처음으로 MC를 맡게된 심형래씨(32) .
첫 방송을 앞두고 그래도 아직은 내심 걱정되는 표정이다.
분명 그에게 있어서나 현재의 방송국 내부사정으로 보나 큰 모험임에 틀림없는 이 같은 변화는 프로그램 이미지를 크게 바꿔보려는 시도가 가장 큰 배경.
코미디무대 사이사이에 독특하게 처리된 비디오영상을 십분 활용, 3년 동안 이 프로를 끌어가며 나름대로 주가를 높여온 김광한 DJ의 전격교체도 비디오의 일반화와 함께 영상화면의 희귀성이 줄어들고 진행과정에서 다소 가라앉은 듯한 분위기에 전체적으로 활력을 불어넣자는 게 제작진들의 의도이기 때문이다.
『어수룩하고 단순한 사람과 마주치면 답답하기보다 어딘가 모르게 친근감이 들지 않습니까. 한국적인 정이라고나 할까요.』이러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그에게 사회를 맡기는 것은 결국 새로운 변화와 자극을 위한 한차례 대수술인 셈이라고 밝힌 김영렬 담당PD는 출연진들이 의욕 못지 않는 알찬 성과를 거두기 위해 호흡 맞추기에 여념이 없다고 귀띔한다.
『사회자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깰 생각입니다. 소개하다 말고 연기에 바로 뛰어들기도 하고 사회를 볼 때 솔직하게 연기 평을 하는 등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낼 겁니다.』날씨 등 주변얘기를 늘어놓는 식의 고정적인 코멘트를 피하고 귀엽고 빠른 진행으로 연기를 겸한 MC의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그는 다짐한다.
예의 익살스런 표정으로『저를 좀더 우습게(?)봐야된다』며 잠시 너스레를 떠는 그는『기대해봐도 좋습니다』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KBS사태이후 다소 주춤했던 분위기쇄신차원에서 이뤄진 그의 MC변신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웃음을 전해줄지 다함께 지켜볼 일이다.
심형래씨는 58년생으로 고려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했으며 82년 KBS개그콘테스트에서 입상, TV프로에 데뷔한 노력형의 개그맨으로 미혼.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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