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막으면 또 암흑시대”/고르비,보수강경파 격렬히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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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시장경제 도입에 앞서 혼합경제 이행촉구/개혁파도 탈당결정 유보
【모스크바 APㆍ로이터=연합】 고르바초프대통령겸 공산당서기장은 2일 소련이 포괄적인 변혁을 이룩하지 못함에 따라 이미 2등국가로 전락하고 있다며 반개혁보수세력을 강력히 비난하는 동시에 자신의 개혁노선이 계속 방해를 받는다면 「암흑시대」를 맞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르바초프는 이날 오전 개막된 제28차 소련공산당대회 기조연설을 통해 현재의 정치ㆍ경제적 위기가 페레스트로이카 정책때문이라는 보수세력의 주장을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공박하면서 소련은 정치적 다원주의와 자유시장경제체제를 실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국가의 경제위기를 심화시킨 책임이 공산당과 정부에 있다고 비판하면서 자유시장경제체제외에 소련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다른 대안은 없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날 연설을 통해 자신의 개혁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해나가기 위해 급진개혁파와 제휴할 용의가 있음을 비침으로써 이번 당대회를 계기로 당권을 장악하려는 보수강경파의 움직임을 봉쇄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러나 당초 이번 당대회에서 급진개혁노선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던 민주강령파 소속대의원들이 이날 앞서의 탈당결정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힌데다 강경보수세력도 고르바초프를 당최고지도자 자리에서 밀어내기 위해 대체후보를 내세우려던 당초의 방침을 철회할 뜻을 비춰 당대회초반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던 보혁대결은 일단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르바초프는 이날 2시간 20분동안 진행된 기조연설에서 『누군가가 민주세력들을 분열시키려 획책한다면 개혁은 좌초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소련사회가 이미 시작된 대변혁의 길을 계속 걸어가지 않는다면 반페레스트로이카세력이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국가와 인민에게는 암흑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소련은 자유시장경제 전환에 앞선 우선 조치로 주식 및 채권 매매를 포함하는 혼합경제체제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소련의 일부기업들은 주식회사로 전환돼야 하며 소규모 기업 및 상점들은 임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는 이어 『우리는 생필품 및 주식거래 형성을 촉진하고 금리정책을 출범시켜 경쟁적인 기업 및 단체들이 탄생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해야 한다』며 『우리는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진보를 거부하고 비용상의 비효율성에 얽매여 있으며 낭비와 소모를 초래하는 관리체제를 더이상 용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고르바초프는 또 『소련은 루블화의 태환성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일해야 하며 이 문제를 더이상 뒤로 미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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