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환·김두섭 지음 『인구의 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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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리 나라의 대학에서 「인구학」 강좌가 개설된 지는 이미 30여년이 지났다. 그동안 인구 강좌는 교양강 과정을 비롯해 사회학·지리학·경제학 등 사회과학의 여러 학과와 생물학·보건학·의학 등 자연 과학 분야의 교과 과정으로 개선돼 왔다.
인구학을 1960년대부터 각 대학에서 보편적으로 가르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나라는 60년대 초 연평균 3%라는 높은 인구 증가율을 보이고 있었다. 이와 같이 높은 인구 증가율이 계속되면 매 23년에 인구를 두배로 증가시킨다. 만일 지난 30년간 우리 나라에서 3%의 인구 증가율이 그대로 유지했더라면 현재 우리 나라의 인구는 6천5백만명이 되었을 것이다.
1960년대 제1차 경제 5개년 개발 계획을 수립할 즈음 공업 입국을 기본 정책으로 삼았던 정책입안자들에게 이와 같은 증가율은 대단히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인구의 변화 과정에 대한 예측이 없이는 경제·사회 발전 계획에 수립할 수 업기에 많은 지식인들과 정부는 인구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됐다.
또 그 동안 국내외에서 인구를 연구하는 대학원 과정의 장학금 지급이 다른 분야에 비해 풍부했다. 그 결과 인구를 주제로 한 학위논문이 많이 나오게 됐으며 이들 학위 소유자들은 거의 모두 대학 강단이나 연구소에서 인구학을 강의·연구하고 있다. 이처럼 지난 30년간 인구연구는 그 수요와 공급 면에서 대폭적인 증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활발한 강의와 연구에 비해 대학에서의 인구학 강의를 위한 기초 교재는 겨우 두세권이 나왔을 뿐이며 대부분의 강의 담당자들은 영어나 다른 외국어로 된 교재를 이용하고 있었다. 이런 뜻에서 권태환·김두섭 교수의 『인구의 이해』 출판은 사회적 요청에 부응한 것이라 보여진다.
이 책의 특징을 다음의 몇가지로 요약해 본다.
첫째, 평이하게 씌어져 있다는 점이다. 인구연구의 개념들은 대체로 분명하지만 정확성에 집착한 나머지 지나치게 기술적인 용어를 사용하게 돼 복잡한 기법을 일반 독자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이와 같이 난점을 극복하여 알기 쉽게 복잡한 용어를 풀이해 주고 있다.
둘째, 우리 나라의 인구 변천 과정을 비교적 소상하게 다루고 있다. 출산력·사망력의 변화와 인구 이동·도시화 등의 과정을 최근의 통계까지 이용하여 개괄하고 있다. 특히 우리 나라의 인구 정책과 북한의 인구 변천까지도 개괄한 것은 다른 기초 교재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것이다.
셋째, 그동안 출산력·사망력·이동력·노동력 등에 대해서는 대학의 기초 과정에서 모두 다루고 있었으나 혼인력에 대해서는 도외시하고 있었다. 그리나 이 책에서는 혼인력을 하나의 장으로 제시하고 있다. 혼인력은 가족 제도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사회적 지표로서의 주요성이 출생·사망·이동만큼 크다는 점에서 이 책의 장점으로 손꼽힐 수 있다.
이 책에서 구태여 한가지 흠을 잡자면 인구의 변화 과정은 자세히 다루고 있으나 성 및 연령 구조의 의미와 변화 과정의 관계를 소홀히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전문적인 것이어서 일부러 제외한 것으로 보이나 노인 문제와 남녀 성비문 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에서 도외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을 시작으로 인구에 대한 수준 높은 전문 서적과 교재가 나올 것을 기대해 본다. 박상태 <서강대 교수·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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