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의 휴먼골프 <24> 조안 리 스타커뮤니케이션스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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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스물세 살 여대생이 자기가 다니는 대학의 총장과 결혼한 것은 분명히 큰 사건이었다. 게다가 총장이 한참 연상의 외국인 신부님이었기 때문에 그 충격파는 더 클 수밖에 없었다.

1968년 조안 리(61.사진)라는 여성은 그렇게 우리 사회에 문화적 파괴자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스타커뮤니케이션스 회장, 여성신문 회장, 유엔 산하기관인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 이사로 활동 중인 조안 리 회장과 지난주 레이크사이드CC에서 함께 라운드했다.

"운명적인 사랑이었죠. 사랑으로 모든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었습니다."

"20세기 한국 사회에서 가장 극적인 사랑으로 기록되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들의 평에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행복하고 보람 있고 후회 없는 결혼생활이었습니다."

이 회장은 결혼 뒤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홍보 및 컨설팅 회사를 차려 한국 사회의 대표적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해 왔다.

"외국의 자본과 기술을 유치해 오고 우리 정부를 다른 나라에 홍보하는 업무를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남편과 사별한 뒤에는 사업보다는 종교와 봉사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골프는 10년 전에 시작했는데 늘 90대 중반 실력이라면서 웃는다.

"자연 속에서 걷고 동반자들과 대화하는 게 좋은 점수를 내는 것보다 즐거운 걸 보면 앞으로도 실력이 더 늘 것 같진 않아요."

구력 10년에 늘 90대 중반을 치면 무슨 재미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답변이 재미있다.

"공이 잘 맞으면 즐겁죠. 그러나 마음대로 안 됐을 때는 내가 욕심을 잘 다스려야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골프 안 된다고 스트레스받을 나이는 지난 것 같아요."

이 회장은 1m70㎝ 가까이 되는 큰 신장에 긴 팔을 이용해 큰 아크를 그리는 스윙을 한다. 아크도 크고 스윙 자세는 좋은데 비거리는 약간 짧은 편이다.

"임팩트가 약해 그런 거니까 조금 강하게 때려 보시죠."

"저는 뭐든지 때리는 건 체질에 안 맞나 봐요. 어차피 실력으로 싱글 되기는 틀렸고, 복장이나 싱글처럼 하고 다녀야죠."

이날 스코어는 파 4개를 포함해 92타였다.

"골프는 잘 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골프 덕분에 좋은 일을 할 기회가 생겼어요. 11월 초에 국제 백신연구소를 돕기 위한 자선골프대회를 엽니다."

우리나라에 중요한 국제기구를 유치해 놓고 제대로 후원을 못 한다면 앞으로 국제기구 유치가 어려워질 거라는 우려 때문에 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골프를 좋아하는 주위 사람들이 자선 골프를 제안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다. 유명한 경영자.연예인.프로선수가 150명 이상 참가하는 큰 행사다.

"아직도 골프를 사치성 운동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골프는 현대인들의 건전한 여가 프로그램이죠. 골프 좋아하시는 분들이 사회공헌 활동도 많이 하시잖아요. 골프를 통해 좋은 일을 하게 되니까 갑자기 골프장이 더 사랑스러워 보이네요."

오늘의 원포인트 레슨= 골프를 통해 봉사하라.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부총장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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