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수뇌부 '북 핵실험'이란 용어 대신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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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미 양국군의 수뇌부가 북한의 '핵실험 성공' 주장과 관련, 장병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핵실험'이란 용어 대신 '북한의 행위 (한국군)' 또는 '지진 사건(주한미군)'으로 표현했다.

12일 국방부에 따르면 윤광웅 국방장관은 전날 각급 부대 지휘관과 장병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금번 북한의 행위는 한반도.동북아의 안정.평화를 해치는 도발"이라며 "국방부는 상황 발생 직후 즉각적으로 위기조치반.위기관리위원회를 운용하고 있다"고 알렸다. '핵실험'이란 말 대신 '북한의 행위'라고 표현한 것이다.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도 11일 주한미군 장병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장병 및 가족 여러분에게 다음 사실을 알리고 싶다"며 "월요일 관찰된 '지진 사건(seismic event)'은 핵실험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벨 사령관은 이어 "모든 장병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소문이나 오해를 줄이기 위해 지휘부 등과 대화할 것을 권고한다"며 동요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핵실험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표현이 나온다.

이는 한.미 양국군의 수뇌부가 핵실험이 성공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현재까지는 유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군 일각에선 특히 벨 사령관이 '소문이나 오해를 줄이기 위해'라거나 '동요하지 말라'는 대목을 명기한 것을 들어 '미군이 핵실험이 아닐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양 수뇌부는 군의 경비태세 강화도 주문했다.

윤 장관은 "정부는 북의 핵 보유는 용납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고 냉철하게 대처할 것을 천명했다"며 "이에 따라 전방의 군사분계선(DMZ).일반전초(GOP)와 해안.강안 지역에서 경계태세를 확고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이어 "북한의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도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24시간 완벽한 군사 대비태세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벨 사령관도 "한.미 동맹은 침략을 막을 억제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만약 억제가 실패해도 어떠한 북한의 공격도 격퇴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한다"며 "우리는 일상적인 작전을 원활히 진행 중이며, 준비 태세도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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